암 치료 중 운동, 심장이 조금 두근거릴 정도로 30분간

자연치유력을 살려라 (4) 암 치료 상황별 운동법

2020-03-30     이보람 기자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암 투병 중이거나 이미 암을 앓았던 사람은 마음 편히 운동을 하지 못한다.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운동을 해도 좋은건지, 운동을 한다면 어떤 운동을 어느 정도의 강도로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다. 

운동은 우리 몸 속 자연치유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켜주는 스위치다. 서관식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암을 이기는 운동법은 따로 있다'는 제목의 책에서 "암을 이겨낸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규칙적인 운동이며, 운동은 암 치료 효과를 높이고, 후유증과 암 피로를 줄여준다"고 말한다.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의 운동은 몸 속 자연치유력을 작동시키는 스위치가 된다. 암 세포 증식을 억제하고, 면역세포 기능을 강화한다. /게티이미지 뱅크

◇운동, 면역 세포 기능 강화

운동을 하면 우리 몸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여기서 말하는 운동이란 땀이 날 정도로, 무리하지 않는 수준이다. 심장이 조금 두근거릴 정도로 최저 30분을 지속할 때 효과적이다.

운동을 하면 혈중 인슐린 저항성과 인슐린양 성장인자 수치가 낮아진다. 암 증식을 억제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진 '아디포넥틴' 분비가 늘어난다. 이와 함께 운동은 혈액 순환을 촉진해 몸의 전반적인 세포 능력을 높인다. 동시에 면역세포 기능도 강화시킨다. 운동으로 강화된 면역세포는 운동을 하지 않는 휴식시간에도 수시간씩 유지된다고 알려진다.

◇동물실험 했더니 암 세포 억제돼

운동이 암 세포를 성장을 억제하고, 면역세포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여럿 발표됐다.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은 전립선암 환자 2705명을 대상으로 신체 활동과 전립선암으로 인한 사망의 연관성을 연구했다. 연구 시작 4년이 지난 뒤 이 중 548명이 사망했는다. 이중 20%는 전립선암으로 숨지고 나머지는 고령이나 다른 원인으로 숨졌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일주일에 3시간 이상 빠른 걸음으로 걷기 운동을 했던 사람은 1시간 미만으로 운동한 사람보다 전립선암 때문에 사망할 확률이 61% 낮았다.

운동이 암 세포 억제 등 도움이 된다는 보다 명확한 기전의 동물 실험 결과도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의 페르닐 호지만 교수팀이 셀 메타볼리즘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암에 걸린 생쥐에게 운동을 시켰더니 암 세포 성장이 억제되고 면역세포가 늘었다. 연구팀은 생쥐에게 피부암과 폐암, 간암 등을 유발한 다음, 하루 4~7km 가량의 쳇바퀴를 돌리게 했다.

그 결과, 암세포가 새로 생기지 않고 기존 암세포도 성장 속도가 60%까지 감소했다. 또 근육에서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분비됐다. 아드레날린은 면역 체계를 촉진해 자연 살해 세포가 암세포로 잘 접근하도록 했다.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증가하자 생쥐의 혈액에서 인터루킨-6(염증 유발 단백질로, 자연살해세포를 암세포로 유도하는 역할을 함)도 늘어났다.

◇암 치료 상황에 따라 운동 다르게 해야

운동은 어떻게 해야할까. 암 환자들은 운동을 할 때 일단 주치의와 상의 후에 해야 한다. 그리고 치료 단계에 따라서도 운동 방법이 달라진다. '암을 이기는 운동법은 따로 있다'와 국가암정보센터에 소개된 암 환자 상황별 운동법을 소개한다.

▶언제 할까?
가장 운동하기 좋은 시간은 식사 후 2~3시간이 지났을 때다. 이때가 되면, 음식물이 위에서 장으로 이동해 소화가 되고, 공복감도 없는 상태라 운동하기에 적당하다.

▶암 수술 전
암 수술 전에 운동을 해도 될까? 답은 '해도 된다'이다. 하버드 의대 재활의학과에서는 운동에 무리가 없는 환자라면 암 수술 전 운동을 권장하고 있다. 운동은 최소 2주 이상 ▲1주일에 최소 3회 이상(총 150분 정도) ▲1회 시간은 90분 이내 ▲너무 쉬운 운동이 아닌, 적당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차는 정도 해야 효과가 있다.

▶암 수술 후
암 수술을 받고 한 달 가량은 아침, 저녁 일정하게 30분~1시간씩 가볍게 걷는다. 수영이나 자전거, 등산, 골프 등의 가벼운 운동을 그 다음 단계에서 할 수 있다. 3개월 이후에는 본인이 즐기던 운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다만, 주치의와 상의가 필요하다.

▶항암 치료 중
항암제를 투여하는 며칠 동안은 무리한 활동을 자제한다. 그 이후 쉬는 기간에는 가벼운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다만 항암 치료 중인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다.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나 대기 오염이 심하거나 소음이 심한 곳에서의 운동은 피한다.

▶방사선 치료 중
방사선 치료 중에도 운동은 가능하다. 산책, 맨손체조, 가벼운 등산 등을 추천한다. 하지만 방사선 치료 중 피해야 할 운동이 있다. 피부 부위를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수영은 피한다. 또한 땀이 많이 나는 운동도 하지 않는 게 좋다. 땀에 젖은 옷이 치료 중인 부위에 닿아 자극을 줄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