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는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

■ 백현욱의 영양 테라피

2021-12-17     정리=홍헌표 기자

암 진단을 받으면 수술이나 항암제 치료, 방사선 치료 등 직접적인 치료에 대해서는 병원에서 충분히 설명을 들을 수 있지만, 먹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일상생활은 어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특히 뉴스나, 카페, SNS 등을 통해 접하는 정보 중에는 암 환자는 이러저러한 것을 먹지 말라거나 어떤 것을 먹으면 암치료가 된다는 내용이 넘쳐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나 가족들은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인 암환자는  질 좋은 영양성분 보충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기도 적정량 먹는 게 좋습니다./게티이미지뱅크

암환자 먹거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암 진단을 받으면 일단 고기부터 끊는 분들 많습니다. 잡곡밥과 채소로만 식단을 구성하고 건강식이니까 좋을거야라고 합니다.

평소에 접하는 정보에 따르면 채식, 특히 푸른잎 채소나 양배추, 브로콜리, 케일 같은 십자화과 채소, 잡곡밥이나 현미밥이 건강식입니다. 붉은 고기, 특히 구워서 탄 고기는 암 발생과 관련이 있습니다. 풍부한 채소와 잡곡밥에 질 좋은 단백질을 과하지 않게 섭취하는 것이 물론 건강에 좋습니다. 건강한 사람의 암 예방 식단으로 적절합니다.

그런데, 암 진단을 받은 뒤에 기준이 동일할까요? 암환자는 암세포가 분비하는 다양한 염증성 물질로 인하여 암 전신소모증후군(cancer cachexia)이 동반됩니다. . 암의 종류와 크기, 침습 정도와 상관없이 소모성 체중 감소, 면역력 감소와 극심한 영양상태 저하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암 환자는 진단 시에 이미 체중이 상당히 감소돼 있는 경우가 절반이 넘습니다,

특히 노인암 환자는 암과 노화라는 두 가지 전신소모증후군의 요인이 겹쳐, 영양상태 개선이 더욱 어렵습니다. 가속화된 대사작용의 변화로 인해 량을 추가로 공급해도 회복이 어렵고 체단백질과 근육 소실에 이어 여러 신체 장기 장애로 인한 사망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암 진단을 받으면 환자는 병원에서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와 같은 표준 암치료를 받습니다. 암 치료 방식은 상당히 공격적이어서 암세포만이 아니라 정상 세포도 손상을 입습니다. 치료법이 대부분 점막염을 유발하여 영양소 흡수를 저해하고, 장 면역력을 감소시킵니다. 그 결과 식욕이 더욱 떨어지고 소모적 체중 감소는 가속화됩니다.

따라서 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오히려 평소보다 질 좋은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고 열량 섭취도 적정하게 늘려야 합니다. 소위 말하는 다이어트를 할 때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암을 발생시키는 악당으로 여기는 붉은고기에는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한 양질의 단백질 뿐 아니라 철분, 아연, 엽산, 심지어 비타민B까지 풍부합니다. 암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평소보다 일정량 더 드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조리할 때 굽는 것보다는 삶거나 국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잡곡밥과 채소만 열심히 먹으면 식이섬유로 인한 포만감으로 식사량이 오히려 줄고 영양소 흡수가 방해되기도 하고 심지어 설사를 동반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개개인의 몸상태에 따라 오히려 흰쌀밥과 소량의 채소가 더 유용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 차이는 있으나 건강인의 암 예방을 위한 건강 식단과 치료 중인 암환자의 건강 식단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암환자는 소모성 영양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질 좋은 단백질 공급원으로 적정량의 고기를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