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의 재발견... 알츠하이머 치료제 되나?

2021-12-07     최윤호 기자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약. 그런데 가끔은 하나의 약이 다른 질병에 좋다는 것이 밝혀진다. 부작용 때문이기도 하고, 비슷한 기전에 착안해 다양한 실험과 개선을 한 결과로 그렇게 되기도 한다. 

진통해열제인 아스피린이 심장병 예방용으로 쓰이게 된 것이나,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프로페시아가 탈모 치료제로 쓰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가 코로나 중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것도 그런 예다. 

심장병 치료제를 개발하다가 발기부전 치료 효과로 '세기의 명약'이 된 비아그라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영국 BBC를 비롯한 언론들은 비아그라의 실데나필 성분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크게 보도했다. / BBC

▶비아그라, 알츠하이머 해법되나? 

7일 영국 BBC 방송 등 보도에 따르면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의 실데나필 성분이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클리블랜드병원 게놈의학연구소의 페이슝 쳉 박사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노화(Nature Aging)’에 발표한 논문이다. 실데나필은 비아그라,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 레바티오의 핵심 성분이다. 둘 다 말초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 흐름을 돕는다. 이 연구 결과는 유전자, 단백질 정보를 토대로 컴퓨터 가상 실험을 한 결과다. 하지만 수백만 명의 진료 기록에서도 해당 성분을 복용한 사람들이 알츠하이머 치매에 훨씬 덜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전 세계 5000만명 이상에게 고통을 주고 있지만 별다른 치료제가 없는 상태다. 클리블랜드병원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에 작용하는 약물을 찾는 작업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치료제로 효과가 있으려면 두 단백질 모두에 작용하는 약물이어야 한다고 예측했다. 먼저 인간 유전자 해독 정보와 35만1444가지 단백질 상호작용 지도를 토대로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동시에 작용하는 인체 부위를 찾았다.

그리고 미국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치료제 1608종 중에서 두 단백질이 겹치는 곳에 효과가 있는 약물을 찾았다. 컴퓨터 가상 실험 결과, 심혈관계 치료제들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에 가장 유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4종의 심혈관계 치료제 중 비아그라의 실데나필 성분이 효과가 제일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방대한 환자 진료 기록도 이 같은 컴퓨터 예측을 뒷받침했다. 미국인 700만명 이상의 6년치 진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실데나필 복용자는 다른 사람보다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이 69% 낮게 나왔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다른 고혈압, 당뇨병 치료제 복용 그룹보다도 55~63% 낮았다. 

연구진은 “앞으로 남녀 모두가 참여하는 임상시험을 통해 실데나필의 알츠하이머 예방 효과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실데나필과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찾겠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의 장 유안 박사는 네이처에 “이번 연구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정밀 의학이 기존 치료제를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은 복합 질환과 연결시킬 수 있음을 입증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비아그라의 실데나필 성분이 알츠하이머를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컴퓨터 실험-진료기록 분석을 통해 밝혀낸 연구결과가 실린 'Nature Aging'.

▶비아그라는 어떤 약?

'신화' 같은 약인 비아그라는 사실 발기부전 환자의 일시적 치료제다. 약을 복용할 때만 효과가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복용을 해야 한다. 비아그라는 발기조직인 음경해면체에 존재하는 제5형 포스포다이에스테라제라는 효소를 억제함으로써 음경해면체에서 생성되는 산화질소(NO)의 작용을 강화하여 정맥동의 확장을 지속시켜 발기부전에 치료효과를 보인다. 

그런데 제5형 포스포다이에스테라제는 다른 부위의 혈관 평활근에도 존재하므로 비아그라를 먹으면 다른 부위 혈관도 확장되어 안면홍조, 두통, 저혈압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비아그라는 파란색의 엷은 막으로 코팅되어 있으며 25mg, 50mg 용량의 다이아몬드 모양의 알약이다. 100mg짜리는 아직 국내에서 시판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 실데나필은 경구투여 후 신속히 흡수되며 공복기에 복용했을 때 1시간 이내에 최고 혈중 농도가 이뤄지고 약물의 반감기는 약 3~5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의 한 임상시험 결과 62%에서 발기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 왔으나 부작용으로 안면홍조 31.8%, 두통 22.7%, 색약현상 6.1% 등이 나타나 외국의 임상시험에 비해 부작용의 발현율이 1.5~3배 수준이었다. 혈관에 작용하기 때문에 비아그라를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나 권장 혹은 금기사항은 너무 많아,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 후 복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