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싸운 인류역사가 곧 '약(藥)의 역사'다
정진호 교수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마취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수술을 하느니 죽는게 낫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수술에 대한 공포가 극심했다. 하지만 마취제 덕분에 외과 수술은 혁신적으로 진보했다. 백신과 소독제 개념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지만, 몇몇 깨어있는 과학자들의 의지로 이들 개념이 발전되어 의학 역사에 중요한 획을 그었다."
"20세기 이후 생명 유지를 넘어 삶의 질을 향상시킨 대표적인 약으로 아스피린과 비아그라가 있다. 진통제로 유명했던 아스피린은 최근에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약으로 그 기능이 새롭게 밝혀졌다....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비아그라를 통해 고대부터 시작된 성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의 역사를 살펴보았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가 거듭되면서 백신의 효과와 개선, 질병과 치료약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약의 역사를 다룬 책이 있어 소개한다.
세계적인 독성학자로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장을 지낸 정진호 명예교수가 2017년에 쓴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푸른숲 발행)>다.
행복과 건강을 찾아온 인류의 여정에는 과학적 검증과 인식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고대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실험대상으로 삼아 자연에서 채취한 식물의 효험을 확인했다. 네로의 군의관인 디오스코리데스는 '약물지'에 600종의 약초를 감별하는 법과 치료 효과를 남겼다. 1500년동안 유효하게 사용되어온 이 책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18세기 이후 과학이 발달하면서 질병의 원인을 찾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약'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약들은 영광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약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다. 특히 현대사는 약과 분리할 수 없다. 이같은 다이내믹한 약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 있다.
이 책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는 약이 없어 고통받던 시절부터 평균수명이 80세를 바라보는 현재까지, 죽음과 질병에 맞서 싸워온 인류의 열망이 ‘약’으로 꽃피운 이야기를 과학자의 시각으로 풀어낸 책이다.
마취제와 백신‧항생제‧소독제‧항말라리아제 등 '영국의학저널(BMJ)'이 뽑은 인류를 구한 위대한 약뿐 아니라 아편‧탈리도마이드, 가습기 살균제와 같이 생명을 위협한 약까지 건강과 죽음‧고통‧행복을 가른 ‘약’들이 어떻게 약이 되고 어떻게 독이 됐는지 살핀다.
또 플라시보와 비타민, 우울증 치료제, 술 깨는 약, 디톡스와 같이 건강에 관해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주제와 논란의 중심에 선 아스피린, 삶의 질을 향상시킨 ‘해피 드러그’ 비아그라,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의 헬스케어 이슈까지 최신 생명과학과 의학 지식을 총망라했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한다, 어떤 약이 효과가 있다 등 편의성과 단편적 효능을 강조한 건강서와 다르다. 이 책은 인류에게 약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현대인이 약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최신 과학으로 분석‧통찰한다. 팬데믹에 시달리고 있는 요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내 몸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에 관한 과학적 통찰력을 갖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