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면역세포(T세포)에서 에너지 훔쳐 성장"
하버드대 연구팀, 암세포가 나노튜브로 T세포 미토콘드리아 가져가는 장면 촬영
무서운 성장력을 갖고 있는 암세포는 에너지를 어떻게 공급받을까?
암세포가 면역세포(T세포)의 에너지(미토콘드리아)를 훔쳐쓰는 모습이 현미경에 포착됐다. 하버드 의대의 재미 한국인 과학자 장해린 교수가 함께한 연구팀이 최초로 포착한 이 장면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발표됐다.
연구에서 암세포가 T세포의 에너지를 가져가는 바람에 T세포가 약화되고, 나노튜브를 차단하면 면역세포가 다시 늘어나는 것도 확인됐다. 향후 암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미국 하버드 의대(브리검 여성병원)의 장해린 교수와 실라디탸 셍굽타 교수 연구진은 “암세포가 주변 면역세포에 가느다란 관을 연결시켜 에너지 생성기관인 미토콘드리아를 훔치는 모습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세포들은 원래 촉수 모양의 관을 서로 연결해 미토콘드리아를 비롯해 여러 구성성분을 나눈다. 이 관은 크기가 나노미터(nmㆍ10억분의 1미터) 단위여서 나노튜브라 부른다. 암세포가 면역세포에 나노튜브를 연결한 것은 처음 확인됐다.
연구진은 쥐에서 암세포와 면역세포를 채취해 같은 배양접시에서 16시간 동안 키웠다. 나중에 현미경으로 보니 암세포는 면역세포인 세포독성 T세포와 자연살해(NK)세포에 지름 50나노미터~2마이크로미터(μmㆍ100만분의 1미터)의 나노튜브를 연결했다. 길이는 3~100마이크로미터였다.
연구진은 미리 형광물질을 붙여둔 면역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나노튜브를 통해 암세포로 전달되는 모습도 확인했다. 암세포와 나노튜브로 연결된 두 세포는 모두 평소 암세포를 공격한다.
암세포는 생체발전소 미토콘드리아를 훔쳐온 덕분에 면역세포와 연결되지 않은 암세포보다 두 배나 많은 산소를 소비했다. 그만큼 성장속도도 빨랐다.
반면, 에너지를 절도당한 면역세포는 산소 소비가 줄면서 수가 감소했다. 암세포가 면역세포와 같이 있어도 나노튜브로 연결되지 않으면 암세포 혼자 있는 것과 성장속도나 산소 호흡량이 같았다. 연구진은 사람의 흉선과 유방에서 채취한 암세포도 나노튜브로 면역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훔치는 것을 확인했다.
논문은 "암세포가 에너지 절도로 면역세포를 무력화시키는 것을 막으면 면역세포가 늘어나고 암세포의 성장이 억제되기 때문에 차세대 면역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목표가 설정된 셈"이라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