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항 뜨니 코로나 백신 효과 100배로 쑥!

한미연구팀 "쉽고 저렴해 개도국 접종에 유리"

2021-11-08     최윤호 기자

우리나라와 중국 등 아시아에서 근육통을 없애는 한의학적 치료법인 부항이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를 100배로 높인다는 연구가 나왔다. 한국과 미국의 연구진이 확인한 부항의 효과는 방법이 간단하고 비용이 저렴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뉴저지의 럿거스대학 하오 린 교수와 '원(GeneOne)생명과학' 최고의학책임자 조엘 매슬로 박사 공동 연구진은 “DNA 기반의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뒤 부항 치료 등으로 피부에 음압을 걸면 면역반응이 훨씬 강해지는 것을 동물실험으로 확인했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최근 밝혔다.

부항이 코로나19 DNA 백신의 효과를 100배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실린 'Science Advances'.

연구진은 실험용 쥐에게 진원생명과학이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을 주사했다. 이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을 만드는 DNA를 인체에 전달해 중화항체를 유도하는 원리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접종 중인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 백신은 핵 바깥쪽의 세포질에서 작용하는 데 비해 DNA 백신은 세포핵에 들어간다. 진원생명과학은 국내에서 인체 대상 임상 2a상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DNA 백신 접종 후 쥐의 피부에 작은 유리컵을 대고 30초 동안 펌프로 피부를 빨아들였다. 부항 치료를 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그 결과 백신 주사만 했을 때의 100배로 항체가 생성됐다. 연구진은 “부항이 피부를 잡아당기고 이완시켜 세포가 바깥쪽의 입자를 더 많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같은 부항을 연구진 피부에 직접 실험해봤지만 통증이 없었다”고 밝혔다.

쥐에게 DNA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후 1~48시간 동안 같이 전달한 형광 유전자의 발현 정도를 비교했다. 형광이 진할수록 DNA 백신도 더 많이 전달됐다는 의미. 백신만 주사한 위쪽 보다 백신 접종 후 부항 치료한 아래쪽이, 인체에 백신이 더 많이 전달됐다. / Science Advances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로 만든 백신은 세포막을 통과해 인체에 필요한 곳까지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체가 외부에서 들어온 유전자를 이물질로 보고 분해하기 때문이다. mRNA 백신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방입자로 감싸 전달한다.

DNA 백신은 보통 주사기로는 세포핵 안까지 주입하기 어려워 전기충격을 함께 쓴다. 이 경우 감염이나 통증, 조직 손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부작용이 없는 부항으로 DNA 백신 전달률을 높인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백신 접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mRNA 백신은 냉동 보관하지만 DNA 백신은 상온 보관이 가능할 정도로 안정성이 높다. 부항 역시 저렴하고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