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숲길을 걸으니 몸이 살아나네요

장정희의 '마음치유 일기'

2020-03-19     장정희 기자

"집을 사는 게 아니고 숲을 사는 거야~."

지인들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정릉 아파트를 산 게 재작년의 일입니다. 꽤 오래 전 지어진 아파트라 미관은 별로였는데 큰 고민 없이 사기로 결정했습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2분 거리에 있는 북한산 둘레길이 시작되는데, 북한산 숲을 보는 순간 나도 몰래 흥분했죠. ‘집 바로 옆에 이런 숲이 있다니~.’

그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우리 일상이 마구 뒤엉키고 있는 요즘, 북한산 숲의 혜택을 실컷 누리고 있습니다. 봄기운이 완연한 숲은 소나무 향기가 가득 합니다. 여기 저기 꽃이 피고, 새가 지저귀고 나무 사이로 파란 하늘을 보며 길고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가 “후~” 천천히 내쉬어 봅니다. 몸과 마음에 쌓인 온갖 독소와 상념까지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감히 침범할 수 없는 곳. 봄의 숲은 치유의 기운을 줍니다. 지친 우리들에게 안식을 줍니다.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말라고 하니 숲이 오히려 인기입니다. 평일에도 이곳을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불안, 걱정, 화, 우울 대신 웃음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는 숲이니까요.

숲길에서 나무 하나를 만나면 가만히 안고 속마음을 이야기 해 보세요. 그리고 그 나무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가끔 맨 발로 땅의 기운도 느껴 보시고요. 우리 몸의 치유력이 깨어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한 말기 암 환자들이 도시를 떠나 깊은 산으로 들어가 살면서 기적처럼 회복한 사례를 가끔 보고 듣습니다. 그 기적은 어떻게 일어났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숲의 치유력이 그 분들의 회복에 큰 도움을 준 것만은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