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불꽃' 효소, 미네랄ㆍ비타민 없이는 효과 발휘 못해

■ 상형철의 음식치유 코드

2021-09-18     상형철 병원장, 정리=홍헌표 기자

체내 효소(엔자임), 밝혀진 것만 3000종 넘어

흔히 효소라고 하면 소화를 돕는 물질 정도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은 일부 기능일 뿐, 효소는 우리 몸속에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을 한다.

효소는 우리가 먹은 음식이 36.5도의 체온으로도 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온갖 체내 화학반응에 관여하여 생명을 영위할 수 있게 해준다. 효소는 우리 몸의 일꾼이다. 신체내 100조개의 세포는 저마다 수백 종류의 효소를 보유하고 있는데, 효소는 세포 내에서 1초에 100만번에 달하는 작업을 수행한다고 한다.

소화, 대사 활동에 관여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효소는 과일, 채소 등 자연 식품에 풍부하다./게티이미지뱅크

‘효소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드워드 하웰 박사가 효소를 ‘생명의 불꽃’이라고 칭한 것도 효소가 없으면 인간이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효소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죽은 생명체에는 없고 오직 살아 있는 생명체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체내효소는 밝혀진 것만 해도 3000여종이 넘는다. 추측하기로 3만여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미지의 영역이다. 효소는 각자 하는 일이 정해져 있다. 이를 ‘기질 특이성’이라고 하는데, 효소 하나 당 한가지 기질만 접촉해 작용한다는 뜻이다. 가령 아밀라아제 효소는 당분이라는 기질만 분해할 수 있고, 단백질이나 지방은 소화시키지 못한다.

소화효소ㆍ대사효소 역할 달라

효소는 우리 몸 속의 ‘체내 효소’와 음식물 등에 들어 있는 ‘체외 효소’로 나뉜다. 체내 효소는 소화 효소와 대사 효소로 구분할 수 있고, 체외 효소는 음식물 소에 든 ‘음식 효소’와 장내 미생물에 의한 ‘장내 발효 효소’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가 음식물을 먹으면 각 기관은 음식 종류에 따라 알맞은 소화 효소를 분비한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아밀라아제, 단백질을 섭취하면 프로테아제, 지방을 섭취하면 리파아제가 분비된다. 소화효소가 분비되는 곳은 침샘, 위, 췌장, 소장인데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침, 위액, 췌장액, 장액 등에 섞여 나온다.

소화효소가 임무를 마치고 나면 대사효소가 일을 한다. 소장에서 흡수된 영양분을 온 몸에 보내는 일부터 혈관 청소, 염증 완화, 항암, 면역, 해독 등의 일이다. 대사효소가 얼마나 잘 활성화 되느냐에 우리 건강이 달려 있다.

대사 작용에 관여하는 완전효소는 미네랄, 비타민 같은 코엔자임(조효소)의 도움을 받아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게티이미지뱅크

효소, 소화에 지나치게 많이 쓰면 대사 기능 떨어져

효소는 잠재 효소의 형태로 몸에 머물러 있다가 필요에 따라 소화효소가 되기도 하고 대사효소가 되기도 한다. 소화효소와 대사효소는 시소 관계여서 어느 하나를 많이 사용하면 다른 하나가 부족해진다.

우리가 과식을 하거나 가공식품, 백설탕이 든 식품, 정제식품, 동물성 식품 등을 먹으면 체내효소의 대부분이 소화효소로 변하기 때문에 대사효소는 그만큼 부족해진다. 대사효소가 부족하면 세포는 폐업 상태에 돌입한다. 당장 처리해야 할 독소 배출, 지방 분해, 혈관 청소, 세균 사멸 같은 일을 미루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신진대사에 제동이 걸리면 건강이 나빠진다. 처음에는 속이 더부룩하고 피로감이 찾아오는 등 본인만 알 수 있는 경미한 증상(독소1단계)이 나타나다가 갈수록 피부가 거칠어지고 뾰루지가 나고 붓듯이 살이 찌는 등 남 보기에도 확연할 정도로 증상이 드러나게 된다. 이쯤 되면 독소 2단계~3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심해지면 혈압이 올라가고 당뇨 수치가 올라가는 등 만성질환으로 굳어진다. 즉, 독소 4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모든 대사질환, 만성질환은 잠재 효소가 얼마나 자기 일에 충실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소화업무가 과중하면 잠재효소는 체내 노폐물을 처리하기 못하는데, 그 결과 피가 오염되고 세포가 오염되면서 영양 불균형, 산소 부족, 저체온 상태에 이르게 된다. 마지막 종착역은 암을 비롯한 악성질환이다. 음식을 먹는 것은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고 세포를 재생하는 데 있다. 소화효소를 소진시킬 정도로 많은 음식을 먹거나 세포가 싫어하는 음식을 먹는 것은 식사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이다.

단백질만으로 활성화되는 효소를 단순효소(소화효소)라고 하고 미네랄, 비타민 등 조효소가 있어야 완전체가 되는 효소를 완전효소(복합효소) 또는 복합활성 효소라고 한다. 단순 효소는 소화효소와 연관이 깊고 완전효소는 대사효소와 관계가 깊다.

사과와 같은 과일, 녹색 채소에는 소화, 대사 작용에 관여하는 효소가 풍부하다./게티이미지뱅크

대사 작용 관여 하는 완전효소, 코엔자임의 도움 필요

완전효소가 몸 안에서 일을 하려면 조효소(코엔자임)인 미네랄, 비타민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가공되지 않은 자연식품에 많은 아연은 폴리메라아제와 만나야 효소가 세포 재생에 관여할 수 있다. 아연이 부족하면 어리인에게 습진, 피부질환, 탈모, 여드름이 생길 수 있으며 심하면 자폐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견과류에 많은 마그네슘은 효소 ATP아제의 보조인자로 생체 대사를 조절하는 일을 하며, 최근 부쩍 조명받는 셀레늄은 ‘글루타티온 과산화효소’의 보조인자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셀레늄은 흙에 포함된 광물질로 거의 모든 식물성 식품에서 발견된다.

비타민은 A, B, C, D 등의 이름을 가지는데 채소와 통곡물에 많이 들어 있는 미량원소를 일컫는 용어다. 비타민B 복합체(티아민, 리보플라빈, 나이아신 등)가 대표적인 조효소다. 비타민B1(티아민)이 부족하면 각기병, 심장병, 만성피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비타민B1이 많이 든 식품은 견과류, 현미다.

녹색 채소에 풍부한 비타민B2(리보플라빈)는 체내 효소와 만나 세포 재생에 관여한다. 비타민B2가 부족하면 구강염, 탈모, 피부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비타민B3(나이아신) 역시 짙은 녹색 채소에 많고 비타민B6는 밀, 옥수수, 감자에 풍부하다.

미네랄, 비타민을 미량 원소라고 하는 것은 적은 양만으로도 효소를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약국에서 파는 종합비타민제는 몸이 필요로 하는 미량 원소의 종류를 충족시키지 못하지만, 밭에서 딴 딸기 한 개에는 현대 과학이 파악하지 못한 수만 가지의 미량원소가 들어 있다. 이러한 미량 원소들이 퍼즐 조각처럼 효소와 결합해 자기 일을 하는 것이다. 소량이라도 좋으니 수시로 과일과 채소를 챙겨 먹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비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