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성묘 때 벌ㆍ뱀ㆍ진드기 피하는 법
추석 무렵이면 벌초 중 벌에 쏘이거나 뱀이나 진드기에 물리는 사고가 많이 생긴다. 이번 연휴 중 야산으로 성묘를 가거나 논밭에서 일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정지원 교수와 함께 알아본다.
▶벌 쏘임 = 국내 공식적인 보고는 없지만 벌에 쏘이면 뱀에 물린 것보다 사망률이 5배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벌에 쏘이면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에 의해 15분 이내에 사망할 수 있다. 특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정상인보다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확률이 3~5배로 높다. 말벌이 꿀벌에 비해 치사율이 높다. 초기에 신속한 응급처치를 시행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알레르기 반응의 초기 증상으로는 구토, 두통, 전신 쇠약감, 빈맥, 호흡곤란, 두드러기, 가슴조임 등이 있다. 알레르기 병력이 없는 정상인이라도 이러한 증상이 관찰되면 119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벌에 공격당하지 않으려면 성묘를 가거나 산에 갈 때 단조로운 색상의 옷으로 온 몸을 최대한 감싸는 것이 좋다. 긴 바지와 긴 소매를 착용하고 향수나 스킨로션은 자제한다. 벌에 쏘였을 때는 벌침을 신속히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 쏘인 부위를 손으로 짜는 것보다는 신용카드 등으로 해당 부위를 긁어서 제거하는 게 안전하다.
▶뱀 물림 = 뱀에 물리지 않으려면 잡초나 풀이 많은 곳을 긴 막대기로 미리 헤집으면서 뱀이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한 후 길을 가는 것이 좋다. 방심한 틈에 뱀에 물릴 수 있기 때문에 벌초 시에는 헬멧, 장갑 등 보호 장비를 착용한다.
뱀에 물렸을 때는 물린 부위가 움직이지 않도록 나뭇가지 등으로 고정한다. 물린 부위가 심장보다 아래쪽으로 향하도록 위치시킨 후 119로 도움을 요청한다. 만약 119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물린 부위로부터 심장 쪽으로 5~7cm 되는 부위를 3~5cm 폭의 천으로 묶는다. 단, 손목이나 발목의 맥박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천을 꽉 조인 다음 조금씩 풀어주면서 맥박이 강하게 만져지는 순간에 천을 고정해야 한다. 간혹 뱀에 물린 부위를 째고 나서 입으로 흡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다. 구강 내에 상처가 있거나 발치한 사람이 상처 부위를 흡입하면 독이 구조자의 체내로 유입될 수 있다.
▶쯔쯔가무시병 원인 진드기 물림= 쯔쯔가무시병은 산림, 밭, 농지, 하천 등에 서식하는 진드기가 매개하는 감염병이다. 1년에 1만명 안팎의 환자가 발생하고 10명 안팎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쯔쯔가무시병의 매개체는 털진드기. 진드기에게 물린 후 1~2주의 잠복기가 지나면 열이 나고, 몸에 발진이 생긴다. 발진은 몸통에서 시작해 사지로 퍼져 나간다. 초기에 진드기 물린 부위에는 1cm 정도의 가피(딱지·부스럼)가 나타난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붉고 경화된 병변이 수포를 형성하다가 터지면 흑색으로 착색된다. 3~5일 만에 몸통의 발진이 팔 다리로 퍼진다.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쯔쯔가무시병은 대부분 항생제를 투여하면 수일 내에 증상이 호전된다. 열이 나는 첫 주에는 기침이 많으며, 2주째는 폐렴으로 진행할 수 있다. 드물게는 쇼크가 발생하거나 중추신경계를 침범하여 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수막염, 간질성 폐렴, 심근염 등이 생길 수 있고, 치료가 늦어지면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
쯔쯔가무시병에 잘 걸리는 사람들은 야외활동이 잦은 농부와 군인이다. 또 추석을 맞아 조상 묘를 찾는 성묘객들에서도 쯔쯔가무시병 환자가 자주 발생한다. 야산에서 활동할 때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장화나 운동화를 신고 긴 바지, 긴 소매 옷을 입는다. 바닥에는 가급적 앉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