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초미세먼지 노출 땐 아이 성장에 문제"

질병청 "초미세먼지 많은 날 외출 때 보건용 마스크 필수"

2021-09-14     최윤호 기자
초미세먼지에 임신부가 노출될 경우, 출산 후 아이가 성장저하를 겪을 위험이 크다고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발표했다. / 캔서앤서DB

"임신 중기에 고농도의 초미세먼지(PM2.5)에 노출됐던 임산부가 출산한 아이의 경우, 특히 여아에서 5세까지의 성장궤도에 지속적인 저하를 보이는 성장저하를 확인했다."

질병관리청이 14일 미세먼지가 임산부와 출산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공개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홍수종 울산대 의대 교수팀(소아과)이 수행 중인 ‘소아 호흡기·알레르기 질환 장기추적’ 연구를 통해 초미세먼지와 어린이 성장의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07∼2015년 신장과 체중 등의 자료를 수집한 5세 아동 440명을 대상으로 성장과 초미세먼지 노출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아동의 1, 3, 5세 때의 신장 및 체중 수치를 임신 당시 어머니의 거주지 초미세먼지 농도와 비교하는 방식이다.

울산대 연구팀의 ‘소아 호흡기·알레르기 질환 장기추적’ 연구결과가 실린 'Environmental Research' 인터넷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임신 중기(임신 후 14∼26주) 초미세먼지 노출 농도가 높으면, 노출 농도가 낮은 경우에 비해 출생아 체중 저하 위험도가 1.28배 높았다. 특히 여자아이는 출생 때는 물론 5세가 될 때까지도 성장 저하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그 원인으로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ARRDC3)가 초미세먼지 노출로 ‘메틸화’된 것을 꼽았다. 메틸화는 세포가 정상 기능을 하는 데 꼭 필요한 효소 반응이다. 다만 메틸화가 과도하게 진행되면 신체에 문제가 생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고농도 초미세먼지에 노출되고 출생 당시 체중이 평균 미만인 여아는 정상군과 비교하면 메틸화 증가 현상이 나타났다. 저체중 상태의 5세 여아 마찬가지였다. 연구진은 남아에 비해 여아가 더 많은 영향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이 연구는 동일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추적 연구”라며 “앞으로 3, 4년 후에는 초미세먼지 노출이 초등학생, 사춘기 아이들의 키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과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온라인 게재된 이 연구 결과는 9월중 공식 게재된다. 

이 논문결과를 공개한 질병관리청은 "임신기간의 고농도 초미세 먼지 노출이 아이의 출생 시 체중과 키 외에 출생 이후 성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임신 기간에는 임신부와 가족들이 초미세먼지 농도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환경부 등 보건당국은 임신부의 경우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은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외출해야할 때는 꼭 보건용 마스크를 써야 하고, 실내에서도 바닥을 자주 닦고 공기청정기를 쓸 것을 권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3년 초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