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유전자 절반 일치해도 가능
혈연 기증자는 '조직적합항원' 절반만 일치해도 부작용 없어
급성골수성백혈병의 약 70%는 항암치료 후 재발 위험을 낮추고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을 한다. 조혈모세포는 ‘혈액을 만드는 어머니 세포’를 뜻하는데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혈액을 만들어낸다. 전체 혈액 중 조혈모세포는 1% 밖에 되지 않는다.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는 항암, 방사선 치료로 백혈병 세포를 제거하고, 다른 사람의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과정(동종 조혈모세포이식)으로 이뤄진다.
조혈모세포 이식에 앞서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로 백혈병 세포를 최대한 제거하고, 골수 기능을 억제해 이식받은 조혈모세포가 자리를 잘 잡아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면역학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보통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을 할 때, 조직적합항원(HLA) 유전자 8개가 일치하는 형제의 조혈모세포가 가장 먼저 고려되는데, 적합한 형제 기증자가 없으면 비혈연 타인 중에 조직적합항원(HLA)이 일치하는 기증자를 2차로 찾는다.
조직적합항원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은 기증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할 경우 이식거부 반응(환자의 면역체계 반응으로 조혈모세포의 혈액 생산 능력이 회복되지 않음) , 이식편대숙주반응(이식된 세포가 환자의 조직을 공격)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8개 유전자가 모두 일치하는 기증자가 가장 적합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이식 기법의 발전 덕분에 혈연관계의 경우 8개 유전자 중 4개 이상만 일치하면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8개 유전자 중 4개 이상이 일치하기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없으면 이식 공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비혈연 기증자를 찾고 준비하는 시간(평균 6주)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조혈모세포이식 후 재발하더라도 기증자 림프구 주입술 등 추가 면역세포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활용도가 증가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이 자체 개발한 ‘저강도 전처치요법’을 이용해 혈연사이 조직적합항원 절반일치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실시한 결과, 비혈연 사이 조직적합항원 일치 이식 성적과 비교해 양호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김희제(교신저자), 조병식(제1저자) 교수 연구팀은 서울성모병원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받은 성인 환자 중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대상 환자를 ‘혈연사이 절반 일치 그룹(55명)’과 ‘비혈연 사이 일치 그룹(55명)’으로 나눠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장기 생존율을 전향적으로 비교 연구했다. 그 결과 5년 생존율이 각각 65%, 54%로 나타났다. 이는 ‘혈연 사이 절반일치 이식’이 ‘비혈연 사이 일치 이식’과 동등한 수준의 치료 효과를 보인 것을 의미한다.
특히 ‘혈연 사이 절반일치 그룹’의 이식 거부반응(일차생착부전)이 0%로 나타나 미국∙유럽과 차별화된 ‘저강도 전처치요법’의 우수성을 확인했다.
‘저강도 전처치요법’은 이식 후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PT-Cy, post-transplant cyclophosphamide)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유럽과 달리 항흉선항체(ATG, anti-thymocyte globulin)를 사용해 대표적인 합병증인 이식편대숙주병 예방 효과를 공고히 하고 이식 전처치 강도를 낮춰 고령 환자도 견딜 수 있는 프로토콜이다. 특히 800 cGy(센티그레이, 방사선량 단위) 전신방사선 치료를 이용해 생착부전 없는 안정된 이식 생착률 확보 및 미세잔류백혈병 제거 효과 향상을 도모했다.
조병식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 중 이식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되는 환자나 재발 고위험군이어서 기증자 유래 면역세포치료의 대상이 되는 환자에게 ‘혈연 사이 절반일치 이식’을 진행할 수 있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혈액학회지(American Journal of Hematology)’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