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탄수화물 vs 나쁜 탄수화물
■ 상형철의 '음식치유 코드'
인류가 오랫동안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삼아온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탄수화물은 뇌의 유일한 에너지원이다. 당분을 먹지 않으면 신경이 예민해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체내에서 탄수화물은 세포 표면에 당쇄(당사슬)라고 불리는 올리고당으로 당화된다. 생화학 분야에서 당쇄는 세포의 분화나 암화, 세포 상호간의 정보 전달, 생체 조절기구의 중요한 신호 물질임을 인정받고 있다. 탄수화물이 열량을 내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세포대사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가 먹는 음식 중에서 탄수화물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은 이 영양소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동물성 식품인 우유는 물론이고 열량이 거의 없어 보이는 채소, 해조류, 과일에도 탄수화물이 들어 있다.
탄수화물을 건강의 적으로 여겨 온 것은 정제 탄수화물이 당으로 쉽게 전환되면서 중독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사람에게서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의 대부분은 정제된 것이다. 헤로인, 필로폰 같은 마약은 물론이고 술과 같은 알코올 음료가 그렇다. 주변에서 보면 중독된 것처럼 설탕이나 밀가루 음식을 찾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찾는 것과 비슷한데, 정제 탄수화물이 체내에 미치는 영향은 술이 혈관과 시상하부 작동에 미치는 영향과 비슷하다. 떡, 빵, 케이크, 설탕음료, 과자가 우울감을 없애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준다면 이미 그것에 중독된 것으로 봐야 한다.
자연식품은 아무리 먹어도 탄수화물 중독을 유발하지 않는다. 자연식품에 든 풍부한 영양소가 보완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단백질만 골라 먹거나 정제 탄수화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결코 비만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느껴지는 허기를 채울 수가 없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빨리 소화되는 탄수화물을 멀리하고 천천히 소화되는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탄수화물은 식물 에너지가 변한 것으로, 오랫동안 인류의 열량 공급원이자 장내 환경을 좋게 만드는 식이섬유의 공급처로 자리매김해왔다.
흰 밀가루 빵, 국수, 캐러멀 마키야토 같은 정제 탄수화물은 가급적 섭취하지 않아야 하며 콩, 통밀, 현미, 귀리 같은 자연식품을 먹어야 한다. 탄수화물의 질과 양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먹느냐 하는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실제 임상에서 밥(곡류)을 다른 탄수화물(밀가루 음식, 감자, 고구마, 옥수수, 과일 등)과 섞어 먹은 환자의 경우 위에서 이상 발효가 일어나 독소로 작용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렇게 생긴 독소는 간 세포를 망가뜨리는 주범이 될 수 있다.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는 여성 환자 가운데 간에 이상이 온 경우의 대부분이 그렇다는 통계가 있다. 조금 더 검증이 필요하긴 하지만 식습관과 건 건강 사이의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적의 탄수화물은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건강하게 생육된 생과일, 채소, 통곡물이다. 그중에서도 인체가 가장 저항없이 흡수할 수 있는 탄수화물은 과육이다. 인류 역사가 말해주듯이 우리는 수백만 년 동안 과일이나 채소에서 당을 섭취하여 에너지원으로 사용했다. 곡류에서 탄수화물이라는 에너지를 주식으로 삼은 것은 불과 1만년 전의 일이다. 불을 사용하기전까지 인류는 과일에서 탄수화물을 섭취하였던 것이다. 아침 식사만이라도 곡물 식사 대신 과일 주스와 생과일로 바꿔보면 어떨까. 이렇게 20일 동안만 해보면 세포가 내지르는 건강의 함성을 듣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