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망막 검사로 심혈관질환 예측할 수 있다

연세대 의대-세브란스 등 공동연구팀, AI 알고리즘 개발

2021-07-15     홍헌표 기자

국내외 전문가들이 눈의 망막 검사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AI(인공지증)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15일 세브란스에 따르면, 망막의 미세한 혈관 변화를 관찰해 관상동맥 석회화 지수를 예측하는 AI 알고리즘을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김현창 교수,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박성하 교수, 안과 김성수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이병권 교수, 싱가포르 듀크-누스( Duke-NUS)의대 임형택 교수 등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AI를 활용한 눈 망막검사를 통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를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을 세브란스 박성하 교수 등 공동연구팀이 개발했다./게티이미지뱅크

새로 개발된 AI 알고리즘은 국내 및 싱가포르, 영국에서 수집된 다인종 코호트 데이터로 검증됐으며, ‘망막 사진으로부터 예측된 관상동맥 석회화지수를 활용한 딥러닝 기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 평가’라는 제목으로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랜싯의 자매지인 ‘랜싯 디지털 헬스(The Lancet Digital Health)’ 최근호에 게재됐다.

AI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망막기반 심혈관 위험지수’를 산출할 수 있게 됨으로써 기존의 다른 검사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방사선 노출 없이 심근경색, 협심증 등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해 심장CT검사를 하고 ‘관상동맥 석회화 지수’를 산출한다. 즉, 검사를 통해 관상동맥에 침착된 칼슘의 양을 측정해 향후 심근경색, 협심증 등이 발생할지 예측한다.

‘관상동맥 석회화 지수’는 여러 가지의 비침습적 심혈관위험도 검사 중에서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을 가장 잘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심장협회는 피 검사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이들에게 심장CT 검사를 권고한다. 문제는 심장CT 검사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비용도 비싼 편(미국의 경우 약 800달러)이라 국내 일반 건강검진에서는 대부분 빠져 있다. 의료 접근성이 낮은 국가에서는 환자들이 쉽게 받기 어려운 검사이다.

망막 검사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망막의 특성 때문이다. 망막은 인체 장기 중 유일하게 동맥과 정맥을 의사가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부위다. 공동연구팀은 2018년부터 ‘관상동맥 석회화 지수’와 ‘망막’간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 AI 딥러닝을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세브란스의 임상 데이터를 활용하고, 스타트업 ‘메디웨일’에서 망막사진으로부터 관상동맥 석회화 지수 유무를 판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심혈관 위험평가 소프트웨어인 AI 의료기기(DrNoon for CVD)를 개발했다. 이 의료기기는 망막 AI 검사를 통해 심혈관질환 발생을 3개 군(저위험/중위험/고위험군)으로 나누고 의료진에게 치료 근거를 제시한다.

공동연구팀 참여 교수들.

위험평가 도구의 검증을 위해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박성하 교수팀의 전향적 코호트 ‘심뇌혈관질환 고위험군 맞춤예방’ 자료를 활용했다. 검증 결과 망막검사에서 ‘고위험’으로 판정받은 환자군과 관상동맥 석회화지수 검사에서 ‘고위험’으로 확인된 환자군이 동등하게 심혈관질환 및 사망이 발생했다. 이와 함께 싱가포르에서 중국, 말레이, 인도 사람들을 상대로, 영국에서는 약 4만 8000명의 자료를 이용해 검증절차를 진행했다.

이러한 다국적 평가를 통해, 미국심장학회는 중등도 위험군 환자 중 치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환자를 선별하는데 심장 CT 검사 대신 망막촬영을 활용할 수 있다는 고지혈증 치료지침 근거를 만들었다.

안과 김성수 교수는 “망막사진은 안과에서 쉽게 촬영할 수 있어서 진단 솔루션을 도입할 경우 안과가 일종의 간이 건강진단 센터로서 역할을 가지게 될 것 이라며 “심장내과나 다른 일차 진료기관에서도 이를 확인해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큰 환자를 조기 발견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필수적인 검사 수단으로 보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