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 강화 훈련하면 공격력 좋아진다"

UCLA연구팀, 생쥐 대식세포 실험으로 메커니즘 발견

2021-07-02     최윤호 기자
과학자들이 세포 속 NFκB가 자극을 받았을 때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추적한 현미경 동영상 속 이미지. / eurekalert.

인간의 몸을 세균, 바이러스, 암 등으로부터 지키는 면역세포를 훈련시키면 면역력이 강화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UCLA 의대 알렉산더 호프만 미생물학 석좌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세균 등을 제거하는 면역세포가  훨씬 더 공격적으로 대응하게 하는 일종의 '강화 훈련' 메커니즘을 발견하고, 그 연구결과를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가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타고난 면역세포는 감염에 맞서 잘 싸웠던 과거의 경험을 통해 단련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기본적인 원리를 생쥐의 대식세포(macrophages) 실험에서 확인했다. 선천 면역계에 속하는 대식세포는 감염 퇴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면역세포를 훈련시켜 그 기능을 더 강화하는 메커니즘을 밝힌 연구를 소개한 미국 과학진흥협회 eurekalert.

호프만 교수팀은 면역세포의 특정 경험이 훈련 효과를 높인다는 것도 발견한 바 있다.

면역 훈련의 성사 여부는 세포의 DNA가 어떻게 포장돼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인간 세포의 경우, 1.8m가 넘는 길이의 DNA가 작은 세포핵 내에 저장되려면 염색체에 단단히 싸여야 한다. DNA에선 선택된 영역만 외부에 노출되고, 접근이 가능한 이 영역의 유전자만 감염에 맞서 싸울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그런데 연구 과정에서 대식세포에 외부 자극을 가했더니 굳게 닫혔던 DNA 영역이 다시 열렸다. 이런 '포장 풀기(unwrapping)'를 통해 새롭게 노출된 유전자는 면역세포에 더 공격적인 반응을 유도하고, 다음 번 감염에 맞서 싸울 수 있게 면역세포를 훈련했다.

이번 연구는 또한 대식세포의 핵심 면역 신호 분자인 NFkB가, DNA '포장 풀기'와 새로운 유전자 노출을 결정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건강한 생쥐의 골수에서 대식세포를 분리한 뒤 첨단 전자 현미경으로 NFkB의 활동을 추적한 결과, 타고난 면역세포가 부적절한 훈련을 받으면 심한 염증이나 자가면역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NFkB는 면역세포가 다가오는 위협을 확인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면역세포의 수용체가 위협적인 외부 자극을 감지하면 곧바로 NFkB가 활성화됐다. 대식세포의 핵에 이런 NFkB가 어느 정도 쌓이면 세포질로 이동했다가 핵으로 되돌아왔고, 이런 순환은 주기적으로 반복했다.

연구팀은 수학적 모델로 이 면역 훈련 과정을 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앞으로 잘못된 면역세포로 인한 질병을 치료하고, 외부 감염에 의한 각종 면역질환들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