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간 1년"... 당신이 시한부 암진단을 받는다면?
日 정신과의사 시미즈 켄이 쓴 '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1년 뒤에 내가 더 이상 살아있을 수 없다면?
암에 걸릴 확률이 50%를 웃돈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한다면?
암투병에는 살고 죽는 문제 외에도 다른 영역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이런 질문들을 지금 자신에게 던져보자.
어느 날 암 진단을 받고 "1년 남았습니다"라는 시한부 선언을 듣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혹은 암이라는 것이 얼마나 '내 주변의 실체적인 질병'인지를 명료하게 깨닫게 된다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이 질문에 어느 정도 커다란 윤곽의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당신에게 주어진 오늘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 시미즈 켄이 쓴 <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박소영 옮김, 한빛비즈 발행, 2021년)이다.
20년 가까이 4000명이 넘는 암환자와 가족 과 심리상담을 한 정신과 의사가 암과 암환자, 암환자의 비밀에 대해 찬찬히 담백하게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정해진 시간 앞에서 ‘후회 없는 삶의 비밀’을 깨달은 사람들, ‘좀 더 나답게 살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다.
'암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괴롭힌다'는 서문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1장 고통을 치유하는 데는 슬퍼하는 일이 필요하다 △2장 누구에게나 있는 회복력 △3장 사람은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마음대로 살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 4장 오늘을 소중히 여기기 위해 자신의 want와 마주하기 △5장 죽음을 응시하는 일은 어떻게 살아갈지를 응시하는 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암의 완치와 연명' 만이 의료의 목적은 아니다. 이 명쾌한 명제는 책의 서문에 있는 문구다. 이 말과 각 장의 제목들을 연결해 읽으면 우리는 이 책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암이라는 충격적 진단 앞에서, 죽음이라는 공포스러운 일 앞에서 우리는 정말 소중한 것을 미루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있다.
고통과 슬픔을 받아들이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래서 대범하게 버티는 사람들도 '이제 더는 버틸 수 없다', '더는 힘들다'고 느끼게 되는 절망의 시간이 온다. 바로 그럴 때 드러나는 강인함도 있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때로 인간을 초월한 커다란 힘을 느끼는 때가 있다"고 말한다.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았던 환자를 목격하고, 인생은 한번뿐인 여행이어서, 오늘을 소중히 여겨야 함을 함께 배운다. 그리고 그 과정을 위해 진정 자신이 원하는 바를 깨닫기 위해 자신의 내면과, 자신의 욕망과 마주해야 한다. 일단 마음 가는 대로 부딪혀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암과 싸우면서, 자신의 슬픔이나 욕망과 마주서면서 마침내 깨닫게 되는 것은 '평범한 날의 연속이 행복'이라는 단순한 사실이다.
"회복력을 위한 외래 진료는 성장기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일이라 ‘또 다른 나’의 힘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최적의 공간이 된다. 과거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환자는 나 자신을 강하게 옥죄는 또 다른 나가 존재하는 그 이유를 점차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과거에는 또 다른 나가 필요한 사정이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아주 단순한 사실도, 실은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난 뒤에야 얻게 되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알고 있는 것과 깨닫는 것, 몸으로 체득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슷한 듯하지만, 모두 조금씩 다른 자신만의 투병 방법과 깨달음이 있다.
"100명의 환자가 있다면 병과 마주하는 100가지의 방법이 있는데 여기에는 대개 공통된 요소가 있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얽매여봤자 행복해질 수 없으며,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따르며 살아가도 된다는 것,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을 우선할 것, 지금 여기의 시간을 충분히 음미하는 것이다."
희망을 깨닫는 것은 죽음을 의식하고 난 뒤다. 암은 나와 다른 세상의 문제가 아니다. 내게도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불청객이다. 그때가 되었든, 지금 미리 준비하는 마음을 갖든 '오늘 바로 이 순간의 나'를 소중히 생각하고, 제대로 삶을 이어가야 한다. 특별히 재밌는 일을 한 적도 없다고? 그렇다면 이대로 죽으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암에 걸렸든, 아니든.
자, 이제 나 자신에게 물어보자.
"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