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 아저씨처럼...미리 양해만 구하면 갈등도 오해도 없는데

장정희의 '마음치유 일기'

2021-06-08     홍헌표 기자

"말을 했어야지!"

"미리 아무 말도 안했잖아요!"

우리는 이처럼 누군가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며 화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런 말을 듣는 입장에서 보면 갑작스럽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입니다. 미리 한 두 마디 할 뿐인데, 그렇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사람 사이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납니다.

가족간이라도 어떤 말이나 행동에 앞서 양해를 구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입니다./게티이미지뱅크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시골장터의 풍경 속엔 뻥튀기 아저씨가 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지나가는데 ‘뻥~’ 하고 큰 소리가 나면 깜짝 놀랍니다. 그런데 아저씨가 큰 소리로 “터져요~” 하고 미리 경고를 해 준 뒤라면 ‘뻥~’ 소리가 오히려 사람들을 미소짓게 만듭니다. 귀는 막아도 얼굴은 천진난만하게 웃게 됩니다. 구수하고 달콤한 강냉이 같은 미소가 온 장에 퍼져나갑니다.

‘미리’와 ‘갑자기’의 차이는 이렇게 큽니다. 설령 사소한 것, 대수롭지 않은 것이라도 사전 통보 없이, 양해 없이 요구하면 당혹스럽거나 불쾌해집니다. 반면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미리 고지해 준 것이라면 이해하는 마음이 앞섭니다. 사전 양해 없는 행동이나 일방적인 언행은 ‘부당함’ 혹은 ‘폭력적’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거든요.

엄마가 아이 방문을 노크도 없이 벌컥 열고 들어가는 일은 흔한 일입니다. 엄마는 “우리 사이에 무슨!”이라고 하면서 노크하는 게 더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것입니다. 양해도 구하지 않은 ‘일방적인’ 엄마의 행동에 아이는 폭력적 느낌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대화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무턱대고 취조하듯 "너 왜 그랬어"라고 묻기보다는 “엄마(선생님이)가 너에 대해 알아야 도울 수 있고 조금 불편할 수 있는데, 질문을 좀 해도 될까?”라고 미리 물어준다면, 아이(또는 상대방)는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아이 방에 들어가기 전 노크를 하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한 단어로 정의하면 ‘배려’입니다. 누군가에게 행동이나 말을 하기 앞서 양해를 구하는 것은 ‘저는 당신을 이만큼 존중하고 배려합니다. 당신도 저를 이렇게 배려하고 존중해 주세요’라는 의사 표시와 같습니다. 모든 대화나 소통엔 노크가 배려입니다.

똑, 똑, 똑~!! 마음에 노크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