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은 만성콩팥병에 덜 걸린다"

서울대병원 김동기 교수팀, 100만명 유전체 데이터 분석 결과 발표

2021-04-20     최윤호 기자

행복한 사람은 만성콩팥병(만성신장질환)에 시달릴 위험이 적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만성콩팥병(만성신장질환)은 콩팥(신장)이 노폐물 배출, 전해질 균형 등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만성적으로 손상된 상태를 말한다. 투석이나 이식 등 대체요법을 받으며 생활을 유지해야 하지만, 이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위험도 크다.

만성신장질환의 발생과 악화가 심정적인 원인으로 이뤄질 수 있음을 알려주는 국내 연구진의 연구결과가 해외 전문 저널 '미국 신장학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Society of Nephrology)'에 실렸다. 

행복감과 우울감 등 정신건강이 만성신장질환의 발생과 악화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실린 '미국신장학회저널' 최근호.

서울대병원 김동기 교수팀(박세훈 전임의)은 "100만여 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반적인 행복감, 삶의 의미, 우울감, 과민함, 수면이 만성콩팥병의 발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20일 밝혔다.

김 교수팀은 연구 표본으로 '만성콩팥병 유전자 컨소시엄(CKDGen Consortium)'과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를 활용했다. 나이, 성별 등 환자의 기본적인 인구통계학적 정보부터 행복감과 우울감 등 정신적 건강 관련 정보도 수집했다. 그 결과 전반적인 행복감이 높은 사람은 만성콩팥병 발생 위험이 낮았다.

행복(행복·매우 행복·극도로 행복)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불행(불행·매우 불행·극도로 불행)하다고 응답한 사람보다 만성콩팥병 발생 위험이 약 31% 낮았다. 자신의 삶에 대해 의미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만성콩팥병 발생 위험이 약 23% 낮았다. 

반면 우울감과 과민 정도는 만성콩팥병 발생 위험을 높였다. 우울감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만성콩팥병 발생 위험이 약 45% 높았다. 과민한 사람 또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발생 위험이 16% 높았다.

자료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또 다른 논문을 통해 약 100만여 명의 유전체 데이터에서 수면과 만성콩팥병의 관계도 확인했다. 수면 시간을 △부족(6시간 미만) △적정(6∼9시간) △과다(9시간 이상) 등 세 그룹으로 분류해 분석한 결과, 부족한 수면 시간은 만성콩팥병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이 연구에서 정신건강이 만성콩팥병이라는 신체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의료진은 혈압, 혈당 수치 등 기존에 알려진 의학적 지표 외에도 환자의 감정적 상태나 수면시간 등 정신건강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