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중 의사에게 낯붉히며 질문하는 대신 해야 할 일

홍헌표 칼럼 '암전암후'

2021-02-26     홍헌표 기자

암 환자들이 병원에서 느끼는 불만 중 하나가 의사와의 소통에 관한 것이다. 모든 의사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짧은 진료시간, 무성의하게 느껴지는 태도, 질문에 잘 대답해주기는커녕 아예 질문을 못하게 차단해버리는 권위주의적 태도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암환자와 가족이 적지 않다.

암치료는 길고도 힘든 과정이다. 환자가 주체적으로 치료 계획을 세우고, 주치료 병원 외에 2차 병원을 정해 치료와 관리를 병행하는 게 좋다.

사실 의사 입장에서 보면 오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진료 시간, 치료 스케줄은 정해져 있는데 돌봐야 할 환자는 많으니 정해진 시간에 시간을 배분하기 위해서는 환자 마음을 일일이 헤아려 충분히 배려하기 힘든 현실이다. 더구나 환자들이 선호하는 대학병원, 이름이 알려진 의사들은 더 그렇다. 현실적으로 의료진이나 병원의 선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암환자가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진료나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기 전에 반드시 묻고 싶은 내용을 적는 게 좋다. 궁금한 점을 적어보고 반드시 의사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 가장 궁금한 질문 등의 기준에 따라 번호를 매겨야 한다. 그리고 의사를 만나면 1번부터 순서대로 질문을 해야 한다.

암 수술을 앞두고 입원을 하거나 항암치료 중 궁금한게 많다면 질문 리스트를 미리 작성해 중요한 순서대로 질문해야 한다. /게티이미지 뱅크

막상 그렇게 준비를 해도 의사에게 질문할 시간이 짧기 때문에 1~2개 정도 밖에 질문하지 못할 것이다. 의사가 친절하고 소통을 잘 하는 분이라도 그렇다. 그러니 꼭 듣고 싶은 질문 1~2개를 정하고 핵심만 간단히 질문해야 한다. 질문이 너무 길어도 답을 들을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미리 질문 연습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입원 치료 중에도 하루에 한 두번은 의사가 회진을 하므로 그 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미리 질문할 내용을 적어 준비하지 않으면, 막상 병실에서 만났을 때 그냥 “어~ 어~” 하다가 지나갈 수 있다. 의사에게 묻지 못한 질문은 간호사나 암 전문 상담간호사를 찾아가 묻는 것도 방법이다.

의료진이 바쁘다고 하거나 귀찮아 하면, 마음이 약해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목소리 높여 불만을 터뜨릴 것까지는 없지만, 악착같이 붙잡고 묻는 집요함도 때로는 필요하다. 정말 절실한 문제라면 정중한 태도로 집요하게 묻자.

그리고 진료 때 의사에게 물어봐야 소용 없는 질문은 아예 말을 꺼내지 않는 게 낫다. 녹즙이나 홍삼을 먹어도 되는지, 비타민 주사를 맞아도 되는지, 이른바 보완대체요법을 해도 되는지 주치의에게 묻는 분들이 있다. 대답은 뻔하다. “드시지 말라”, “소용 없다”, “안 된다”는 대답을 듣고 실망할 게 뻔하다.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 표준치료를 기본으로 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치료 자체에 영향을 미치거나 환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것은 배제할 수밖에 없다.

수술과 같은 시급하고 중요한 치료가 끝났다면 주 치료 병원 외에 중간중간 면역관리, 음식 관리 등을 받을 수 있는 2차병원을 정하는 게 지혜로운 방법이다. 최근 생활습관을 교정해주고 식이요법 상담, 면역 주사제 처방, 건강기능식품 추천 등 암환자가 절실히 원하는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주는 2차 병원, 의원이 많이 생겼다.

의학적인 근거를 갖고 암 치료에 도움이 되는 보완통합의학적 치료를 환자에게 맞게 시행해주는 의사도 많다. 환자 스스로가 암 치료 및 관리 방법을 정해 1, 2차 병원의 도움을 받는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