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입맛 떨어지는 이유 밝혀졌다
생명공학연구원 "섭식장애 일으키는 단백질이 원인"
암 환자 중 상당수는 입맛이 저하돼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섭식장애'를 경험한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암 환자의 섭식장애 원인을 밝혀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권·이규선 박사팀은 KAIST 서재명 교수, 서울아산병원 김송철 교수 등과 함께 암 세포에서 분비되는 'Dilps8/INSL3' 단백질이 암 환자의 섭식장애를 유발한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팀은 초파리 암 모델과 RNA(리보핵산) 전사체 분석을 통해 암세포에서 유래된 특정 단백질(Dilp8 펩타이드)의 발현과 분비가 증가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이 뇌 신경세포 수용체를 통해 식욕 조절 호르몬 발현을 변화시켜 섭식장애를 유도하는 것으로 봤다.
실제로 암 유발 실험용 쥐에서도 이 단백질과 상동 인자인 'INSL3'가 증가해 있는 것을 확인했으며, 특히 INSL3를 쥐의 뇌에 직접 주입하자 먹이 섭취량과 체중이 줄어든 모습이 관찰됐다.
또 연구팀은 암 환자 중 섭식장애(악액질) 발생빈도가 높은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도 섭식장애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서 INSL3 단백질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암 분비 물질인 해당 단백질(INSL3)이 암 환자 섭식장애를 유도하는 중요한 신호인자로 작용한 것.
유권 박사는 “암환자의 두드러진 전신쇠약 증상인 악액질 개선을 위한 의학적 수요는 매우 큰 반면 치료제 개발 사례는 아직까지 전무한 상황”이라며 “암 병용치료에 새로운 신약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Nature 세포생물학지’ 2021년 2월9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