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뇌종양 생존기간 1~2년에 불과한 이유

카이스트 연구팀 "종양이 산소과다 소비, 면역세포 억제"

2021-02-16     최윤호 기자

악성 뇌종양은 암 중에서도 예후가 좋지 않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뇌종양 중에서 악성으로 꼽히는 뇌전이암이나 교모세포종 등은 발병 후 평균 생존기간이 1~2년으로 매우 짧고 치료도 힘들다. 

악성 뇌종양에 걸리면 왜 이렇게 생존기간이 짧을까? 국내 연구진이 뇌종양 세포의 산소 과다 소비 행태를 밝혀내면서 새로운 치료 전략의 길을 열었다. 

악성 뇌종양 세포가 산소를 과소모함으로써 면역세포의 활성화가 방해를 받아 뇌종양 환자의 수명이 짧아지는 메카니즘을 밝힌 논문이 실린 'nature immunology' 최신호.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연구팀은 "악성 뇌종양 세포가 산소를 과도하게 소비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선천성 면역세포인 γδ(감마델타)T세포의 면역반응이 떨어져 예후가 특히 나쁘다"는 연구결과를 면역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면역학(nature immunology)' 최신호(2월 11일자)에 발표했다.

감마델타 T세포는 피부나 장 같은 점막에 존재하는 선천성 면역세포로, 세포 스트레스를 제거하거나 박테리아 감염을 차단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뇌종양 악성도가 높을수록 저산소 환경이 심하고 감마델타 T세포가 종양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감마델타 T세포가 많을수록 환자의 예후가 좋고 생존기간도 길어진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뇌종양 세포가 주변 산소를 무차별적으로 소모하면서 외부에서 주입된 면역세포나 치료물질은 물론 감마델타 T세포 같은 선천성 면역세포에도 감지되지 않는 ‘스텔스’ 경향을 보인다는 것도 밝혀냈다.

연구팀은 생쥐에게 뇌종양을 유발시킨 뒤 종양 세포의 과도한 산소대사를 차단할 수 있는 화학물질과 감마델타 T세포를 함께 투여해 본 결과 면역세포의 종양조직 내 침투가 늘어 종양세포를 줄이고 생존률도 높이는 것을 관찰했다.

악성 뇌종양의 악화 메카니즘을 규명함으로써 새로운 치료방법을 찾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논문은 뇌종양에서 산소 과소모 메카니즘을 규명하고 감마델타 T세포의 작동방식을 밝힘으로써 항암 면역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결론지었다. 

연구를 이끈 이흥규 카이스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증식 속도가 빠르고 주변 산소를 과다소비하는 뇌종양 세포에 대해 산소유입을 차단하는 방식이 면역항암치료제의 효과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감마델타 T세포 공급과 종양세포 산소차단 기술이 뇌종양 치료의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