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 종아리 '하지정맥류', 여성에게 많은 이유
주부 이모(37)씨는 요즘 자주 전신 거울을 들여다본다. 어느날부터인가 종아리 부근 혈관이 두드러지고 튀어나와서다. 눈으로 보이는 혈관 문제 뿐만 아니라 다리도 쉽게 무거워지고 저린 증상도 나타나 병원에 가야할지 말지 고민 중이다.
이 씨의 증상은 전형적인 '하지정맥류'이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의 혈액이 심장으로 원활하게 흐르지 않고 역류해 고이면서 정맥이 부풀어 올라 정맥 혈관이 두드러지고 다리가 붓는 질환이다. 대부분 다리 부근 정맥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거나 거미줄 같은 실핏줄이 나타난다. 진행될수록 정맥 직경이나 범위가 넓어진다.
그런데 하지정맥류는 유독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여성 환자수가 남성보다 2.2배나 많았다. 전문가들은 여성 호르몬과 임신이 하지정맥류를 유발하는 주 원인이라고 말한다.
여성 호르몬은 체내 혈액량을 증가시켜 정맥이 확장되도록 만든다. 생리와 임신, 폐경 등은 여성 호르몬 분비에 큰 변화를 유발한다. 이로 인해 정맥이 확장되면서 혈관 내 판막이 닫히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피가 심장 쪽으로 잘 돌아가지 못하고 아래로 흐르게 돼 정맥이 늘어난다.
임신이 하지정맥류를 유발하는 원인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임신을 하면 에스트로겐 농도가 높게 유지되고 자궁이 커지면서 하지로 내려가는 정맥을 누른다. 이때 압력이 증가하고 혈액순환이 저하되면서 다리 혈액이 심장으로 올라가지 못한다. 또 임신 중에는 혈액량이 증가하는데 이로 인해 골반에 위치한 정맥에도 압력이 가해진다.
하지정맥류는 초기부터 관리를 잘하면 충분히 개선된다. 초기에는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다리가 피곤하고 붓는 정도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다가 진행이 돼서야 종아리 부근에 거미줄처럼 혈관이 두르러지고 튀어나온다. 심한 경우 피부색이 검게 변한다거나 궤양이 생기기도 한다.
관리하는 방법은 쉽다. 다리에 피가 고이지 않도록 자극을 주면 된다. 오랜 시간 서있거나 앉아서 하는 일은 가급적 피하고 수시로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구부리고 펴고 돌린다. 누워 있을 땐 다리를 심장 부위보다 높게(15cm) 들고 있는다. 특히 다리가 무겁고 피곤한 날 해주면 좋다. 족욕이나 반신욕을 통해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것도 좋다. 다만, 하지정맥류 증상이 심한 이들은 족욕이나 반신욕을 금하는 게 좋다. 이미 혈관 탄력이 떨어지고 정맥 혈관이 약해진 경우엔 뜨거운 열에 의해 정맥 벽이 더 약해질 수 있어서다.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의료용 압박스타킹은 종아리 근육이 정맥혈을 심장방향으로 짜 올려주는 것과 유사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다리의 정맥에 혈액이 고이는 것을 방지하고 하지정맥류의 진행을 더디게 하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