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의 적' 치매 (9) 치매가 사망원인 5위...사망률 높다고?

2021-01-20     최윤호 기자
인생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노부부에게 찾아온 아내의 치매. 그리고 그 후에 겪게 되는 또 다른 갈등을 다룬 영화 '어웨이 프롬 허'의 한 장면. / imdb.com

치매는 삶의 질을 극도로 떨어뜨려 환자에게나 가족에게 치명적인 질병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숱하게 접하는 장면이다. 점점 본래의 자신을 잊어가면서 붕괴되어가는 삶,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고통. 결국 한 가정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되기 일쑤다. 

치매는 사망률도 높은 질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10대 사망원인 중에서 치매는 2002년 111였으나, 2016년 5위까지 올라갔다. 전세계적으로 치매로 인한 사망자 수가 한해 240만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자료 : 치매 임상적 접근

우리나라 통계청 자료에서 2018년 치매에 의한 사망자 수는 9739명. 약 10년전인 2007년의 4814명과 비교하면 약 2배 수준이다. 치매 사망률도 인구 10만명당 9.8명에서 19.0명으로 2배 수준.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2.4배나 높았다. 남성 치매 사망률은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11.6명이었고, 여성은 26.3명이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연령이 증가할수록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치매 유형별로는 알츠하이머병에서 가장 높았다. 2018년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알츠하이머 사망이 12.0명, 혈관치매가 1.3명, 상세불명의 치매가 5.7명으로 통계청 자료에 나타나 있다. 

'치매교과서'라 불리는 대한치매학회의 <치매 임상적 접근>은 고령일수록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상황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치매 자체가 고령인구 사망률을 1.7~6.3배까지 높인다고 한다. 우리나라 연구에서도 치매 노인은 정상 인지 노인보다 사망률이 약 2.7배 높았다. 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70세 노인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으면 80세 이전에 61%가 사망하는 반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지 않다면 30%만이 사망한다."

그렇다면, 치매로 사망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치매가 직접 원인으로 작용한다기보다는 동반되는 다른 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사망자들의 대부분이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고령자들인 것과 비슷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사망원인을 질환별로 살펴 보면 순환기계 질환이 26.55%로 가장 많고, 호흡기계 질환 14.54%, 신경계 질환 11.85%, 악성신생물(암) 11.35%의 순서로 나타났다. 비치매 환자의 사망원인은 악성신생물, 순환기계 질환, 호흡기계 질환의 순서다. 

즉 순환기계, 호흡기계 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자가 치매에 걸릴 경우, 사망률이 현저히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