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진행 32% 늦췄다"...임상 2상에서 효과 입증된 치료제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2상 성공은 처음

2021-01-12     최윤호 기자
치매환자에게 희소식이 될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2차 임상시험 성공소식이 2021년 초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에서 전해졌다. / unsplash

치매환자의 인지능력 감소 속도를 늦추는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임상 2상에서 효과를 입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금까지 나온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기억력 감소 증상을 치료하는 것으로, 질병의 진행 자체를 늦추진 못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11일(현지 시각)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의 임상 2상 시험에서 치매 환자의 증상 진행을 32% 늦추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도나네맙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 단백질로 만들었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원래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이지만, 세포에서 떨어져 덩어리를 형성하면 오히려 신경세포에 손상을 준다고 알려졌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 2년간 알츠하이머 치매 경증과 중등증 환자 272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치매가 비정상적인 베타 아밀로이드 덩어리로 인해 유발된다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뇌영상을 촬영해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에 축적된 환자를 임상시험에 참가시켰다.

연구진은 환자에게 4주 간격으로 도나네맙과 가짜약을 투여했다. 도나네맙을 투여한 환자는 인지능력 감소 속도가 가짜약 투여군보다 32% 낮았다. 연구진은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기억력과 추론 능력을 검사하는 한편, 옷을 입고 식사를 준비하는 등의 일상 생활 능력도 시험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이 임상2상에서 치매 증상 진행을 32% 늦추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홈페이지.

릴리의 최고과학책임자(CSO)인 다니엘 스코프론스키(Daniel Skovronsky) 박사는 "항체 치료제 투여 6~12개월 만에 환자의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덩어리)가 사라졌다"며 "아밀로이드 및 타우 영상에 대한 릴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건강한 사람의 스캔에서 볼 수 있는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것이 임상적으로 인지 저하를 의미 있게 늦출 수 있는지 시험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임상시험의 안전성 평가를 맡은 서던캘리포니아대의 론 슈나이더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임상 2상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른 치료제는 2상에서 모두 실패하거나 바로 3상으로 직행했지만 아직 알츠하이머의 근본 치료제로 허가받은 약은 없다.

한편,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2021년에 주목되는 10대 과학뉴스 중 하나로 꼽은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아두카누맙은 올 3월 FDA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아두카누맙은 역시 베타 아밀로이드에 결합하는 항체 단백질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