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디스크와 헷갈리기 쉬운 '강직성 척추염'

자가면역질환으로 눈ㆍ피부ㆍ소화기 문제도 함께 생겨

2020-12-01     주혜진 기자

아침마다 허리가 뻣뻣하고 엉덩이 쪽까지 통증이 느껴져 고통스럽다. 이런 증상은 흔하다. 척추 디스크가 삐져 나오거나 척추관 협착이 있을 때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정형외과 검사에서는 그게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허리 통증은 왜 생기는걸까?

강직성 척추염은 40대 이하 발병률이 높으며, 다른 척추관절 질환과 헷갈리기 쉽다./게티이미지뱅크

40대 이하 젊은 층 발병률 높아

허리 통증 원인 질환은 많은데, 그 중의 하나가 요즘 40대 이하 젊은층에서 증가하고 있는 강직성척추염이다. 강직성척추염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이다. 보통 관절 질환은 50대 이후에 많이 생기는 반면, 강직성 척추염은 40대 이하의 발병률이 더 높다.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흔히 발생하고 증상도 더 심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해마다 꾸준히 늘어 지난 10년간 48.4% 증가했다.

강직성 척추염과 척추관절 질환은 허리 통증이 있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다른 게 많다. 원인과 증상이 다르다. 강직성 척추염 원인 중 하나는 유전적 요인이다. 환자의 약 90%가 HLA-B27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유전자 보유자 모두가 발병하는 것은 아니고 약 1~6% 정도에서만 발병한다.

환경적인 요인 등도 복합적으로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10~20대는 성호르몬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흡연은 강직성 척추염에서 척추가 굳어지는 현상을 악화시킨다고 알려져 있는데, 특히 척추에 물리적 하중이 가해지는 일을 하는 환자가 흡연을 하면 척추 변형이 가속화될 수 있다.

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이연아 교수는 “최근에는 장내 세균총 이상도 발병 원인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등 강직성 척추염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증상 및 동반질환 여부, 혈액검사를 통한 유전자 및 염증지표 검사, CT, MRI 등 영상검사 등을 통해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증상 다양해 다른 질환과 오인하기 쉬워

강직성 척추염의 초기 증상은 허리디스크 등 관절질환과 헷갈리기 쉽다. 천장관절에 염증이 생겨 엉치 부위가 아프고 척추가 뻣뻣하고 통증이 있다. 척추관절 질환과 확실히 구분되는 증상은 신체의 다른 부위 통증이다. 무릎과 발목이 붓거나 포도막염(안구의 망막과 공막 중간층에 해당하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 아킬레스 인대염 등이다.

이연아 교수는 "염증이 관절뿐 아니라 전신에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눈에 포도막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염증성 장질환으로 복통, 설사가 나타나거나 피부 건선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며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수록 척추관절 변형은 물론 척추 이외 다른 부위까지 침범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직성 척추염의 허리 통증 양상도 다른 허리질환과 다르다. 강직성 척추염은 대개 자고 일어난 직후인 아침에 증상이 가장 심하고, 활동하면서 점차 증상이 완화된다. 누워 쉬어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진다. 자다가 허리가 아파 깨기도 하고, 갈비뼈와 척추가 연결된 관절에 염증이 생겨 숨을 쉴 때 가슴에 통증을 느낄 수도 있다. 허리 디스크처럼 신경이 눌려 다리가 저린 증상은 없다.

강직성 척추염은 아침에 증상이 가장 심하고, 활동하면서 점차 증상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치료 시기 놓치면 평생 후유증 남아

강직성 척추염 진단이 늦으면 치료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척추가 아예 굳어버려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척추가 완전히 강직되기 전에 발견해 치료를 받으면 관리가 가능하다.

이연아 교수는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특성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수년에서 십년까지 소요되기도 한다”며 “염증이 눈을 침범하는 포도막염 동반 환자의 경우, 진단받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5년 정도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진단에 가장 중요한 것은 증상이다. 피검사나 엑스레이 등 영상 촬영 검사로만 진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먼저 통증이 아침에 심한지, 움직이면 좋아지는지, 같은 자세를 오래 하면 심해지는지 등을 살펴보고 관절염, 포도막염, 골부착부병, 건선, 대장염 등 동반질환을 확인한다.

동반증상이나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법 달라

치료는 증상의 진행 정도와 동반 증상에 다라 우선적인 치료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를 통해 증상을 신속하게 개선시킬 수 있으며, 규칙적으로 사용하면 척추의 구조적 변형을 늦춘다고 알려져 있다. 이외 말초 관절염 증상을 개선시키기 위해 항류마티스제를 병용하기도 한다.

전체 환자의 40~50%는 약을 먹으면 충분히 좋아지고, 30% 정도는 심해진다. 나머지 20~30%는 병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스트레칭을 자주 하고 바른 자세로 척추를 유연하게 해주면 예방이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