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포토] 생명의 도약-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2020-11-23 최윤호 기자
겨울답지 않은 비가 내리고, 날이 추워졌다.
그래도 맑은 하늘이 좋아 동네 하천을 걷다, 문득 발견한 물고기떼.
물에 쓸려 넘어진 수초들 사이로, 가득 물고기들이 넘쳐난다.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놈들부터 팔뚝만한 놈들까지.
놀라운 생명의 힘. 생명은 사실, 도약한다.
인공하천의 한계를 말하기도 하고,
작은 물줄기, 변덕스런 날씨의 한계를 말하기도 하지만,
생명의 힘은 신비롭고 강력하다.
그 모든 한계들은 그저 우리의 평범한 생각이었을 뿐이었나 보다.
겨울의 초입, 생명의 몸을 보았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땅에 꽂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흘리면서 온다
겨울 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면도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날의 섭리에 불려 가고
줄기는 이렇듯이
충전 부싯돌임을 보라
금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할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상한 살을 헤집고 입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열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
<생명> 김남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