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산화수소에 의한 산화 스트레스가 치매 원인"

국내연구진 "뇌속 중증 반응성 별세포 억제로 새 치료법 가능"

2020-11-19     최윤호 기자

치매가 생기는 인자들에 대한 연구는 많이 있었지만, 뚜렷하게 실증적으로 발생원인 및 기제가 규명되진 않았는데, 국내 연구진이 치매의 원인을 밝혀 화제다. 

기초과학연구원과 뇌과학연구소의 학자들에 따르면 "우리 뇌 속에 반응성 별세포가 생산하는 과산화수소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가 치매를 유발한다"는 것. 치매 조기 진단과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초석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연구 결과다.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는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 인지및사회성 연구단장, 전희정 선임연구원 등 연구팀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산하 뇌과학연구소의 류훈 단장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최근 게재했다.

​산화 스트레스가 치매를 유발한다는 연구가 발표돼 치매 원인이 처음 밝혀졌다. / 게티이미지뱅크​

뇌가 독성 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반응성 별세포가 치매 초기에도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한 연구팀은 치매 초기에 나타나는 반응성 별세포에 의한 신경세포 사멸과 치매 증상이 유도되는 원리에 대해 처음 실험적으로 증명해 냈다.

연구팀은 별세포의 반응성을 조절한 동물 모델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경증 반응성 별세포는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반면, 중증 반응성 별세포는 비가역적으로 신경세포를 사멸시키고 치매를 진행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별세포에 의한 독성 물질 분해 과정에서 활성화된 모노아민 산화효소 B(MAO-B) 단백질과 이로 인해 과량 생성된 활성 산소의 한 종류인 과산화수소가 중증 반응성 별세포를 유발하기 때문. 과산화수소에 의한 산화 스트레스는 뇌염증, 질산화 스트레스, 타우 병증 등도 유도해 신경세포를 사멸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같은 기전을 3차원(3D)으로 구현한 인간 세포 치매 모델과 사후 치매 환자의 뇌에서도 동일하게 관찰했다.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실린 한국연구팀의 치매원인 논문.

연구팀은 "뇌의 독성물질과 함께 스트레스, 뇌손상, 바이러스 감염 등에 의한 산화 스트레스 증가로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막으면 치매의 진행을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별세포의 반응성을 활용해 치매를 조기 진단하거나 새로운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반응성 별세포를 대상으로 과산화수소를 줄이는 것만으로 치매 진행을 억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MAO-B 또는 과산화수소를 표적으로 하는 치매의 새로운 진단 및 치료 전략을 세우고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훈 단장은 "치매 환자의 뇌에서는 반응성 별세포가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해 이 반응성 별세포의 비정상적 활성을 제어하는 연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창준 단장은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치매의 부산물로만 여겼던 반응성 별세포가 신경세포 사멸의 주원인임을 새롭게 밝혀서 기쁘다"며 "치매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