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물리친 '면역 체계' 완전 해부

백혈구의 면역세포가 바이러스 전멸...약 없이도 완치

2020-02-08     홍헌표 기자

중국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로 사망한 사람이 700명(8일 10시 현재)이 넘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확진자 24명 중 사망자는 없고 2명이 완치돼 퇴원했다.

55세 남성인 2번 환자는 격리치료 13일만에, 35세 중국인 여성인 1번 환자는 18일 만에 완치됐다.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또 다른 환자 한 명도 퇴원이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기준에 따르면 바이러스 검사에서 2회 이상 '음성' 판정을 받아 감염력이 사라졌다는 게 확인되면 퇴원이 가능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의 증상은 가벼운 오한과 근육통, 가벼운 목 통증, 기침 등 감기와 유사한데 백신과 치료제가 없다. 수액 주사, 해열제, 항생제 등 증상을 억제하는 수 밖에 없다. 신종 코로나를 죽여서 치료하는 약이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1, 2번 환자는 어떻게 완치됐을까? 해답은 면역력이다.

2번 환자가 입원했던 국립중앙의료원의 신영식 센터장은 기자회견에서 "치료제가 없는데 어떻게 좋아졌느냐고 하면, 자연적으로 치료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이 작동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다 죽였다는 말이다.

면역체계가 작동하면 10일~21일 사이에 바이러스와 싸우는 항체가 생겨 병이 낫는 원리다. 감기와 똑같은데, 낫는데 감기보다 더 오래 걸리는 이유는 신종 바이러스이다 보니 우리 몸에 항체가 생기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 탓이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는 치밀하고 복잡한데, 면역 체계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게 백혈구 속의 면역 세포다. 혈액 검사를 하면 백혈구의 수치, 백혈구 속의 면역 세포의 수치가 나오는데, 이 수치를 보면 기본적인 면역력을 확인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물리친 우리 몸의 면역 체계의 핵심은 백혈구다. 백혈구 안에는 과립구(호중구, 호산구, 호염기구), 림프구, 단핵세포, NK세포 등이 있다./게티이미지 뱅크

 

백혈구 속 면역세포

이름

역할

대식세포(매크로파지)

바이러스, 이물질 탐식, 림프구의 정보 전달, 사이토카인 방출

과립구

호중구, 호산구, 호염기구

바이러스, 이물질 살균

림프구

헬퍼 T세포

면역의 사령부. 세균, 암세포 정보 전달, 공격 명령 하달, 사이토카인 생산

킬러 T세포

세균, 암 세포 공격

NK(자연살해)세포

순찰 및 전투. 암 세포 공격

B세포

바이러스, 이물질에 맞서는 항체 생산

 

면역세포는 크게 대식세포(매크로파지), 과립구, 림프구로 나뉜다. 림프구에는 NK(자연살해)세포, T세포, B세포가 있고, 과립구에는 호중구, 호산구, 호염기구가 있다. 각각의 역할이 조금씩 다르다.

면역 세포의 활동은 휴전선을 지키는 군 부대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우리 몸 곳곳에 분포돼 있는 대식세포는 외부에서 침입한 덩치 큰 바이러스를 잡아 먹는다. 가장 중요한 지점에 참호를 파고 경계를 서다가 적으로 의심되면 생포하거나 죽이는 경계병 같은 역할을 한다. 다만 덩치가 큰 세균이나 비정상 세포만 인식하는 한계가 있고, 때로는 아군도 죽일 수 있다.

대식세포와 NK세포는 평소에 경계, 방어,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과 같은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나 잡다한 외부 바이러스와 비정상 세균, 독성 물질이 인해전술처럼 몰려올 때는 역부족이다. 이 때 등장하는 면역 세포가 과립구와 림프구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가 “비상 상황”임을 알리면 과립구, 림프구가 급격히 숫자를 늘려 전면전에 돌입한다. 과립구는 세포질 내에 과립을 갖고 있는 세포를 말한다. 백혈구의 50~60%를 차지하며 대식세포처럼 세균을 발견해 죽이는 역할을 한다. 호중구, 호산구, 호염기구로 나뉘며 호중구가 가장 많다.

과립구는 싸움꾼이다. 비정상적으로 과립구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늘어난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기 때문에 때로는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못해 아군을 공격한다. 위궤양, 대장염, 십이지장궤양 등의 증상은 이 때 나타난다. 전투가 끝나면 과립구도 사멸하는데,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상이 염증이다.

면역 세포 중에서 가장 지능적으로 전투를 벌이는 세포가 림프구다. NK세포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전투를 벌이는 특수부대라고 볼 수 있다. 혈액을 타고 우리 몸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세균, 암 세포와 같은 비정상 물질을 발견하면 즉시 제거하는 역할을 맡는다.

T세포는 헬퍼(조력자) T세포와 킬러(세포독성) T세포로 나뉜다. 킬러 T세포는 암세포와 바이러스를 적접 공격해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헬퍼 T세포는 ‘면역 사령부’의 지휘소 역할을 한다. 암, 바이러스, 이물질을 직접 죽이지는 않는다. 대신 킬러 T세포, 매크로파지 등 전투병의 전력을 강화시키고 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다른 면역 세포가 없으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림프구의 일종인 B세포는 비장이나 림프절에 존재하는데, 전투와 정보 취합을 함께 하는 면역세포다.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외부 바이러스와 싸우는 항체를 분비한다. 적과 싸우면서 동시에 적에 대한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나중에 동일한 적이 몰래 침투해오더라도 즉각 공격할 수 있다.

백혈구의 일종은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가 수지상 세포다. 나뭇가지 모양이라고 해서 수지상 세포로 불리는데, 폐와 위, 장, 비강, 피부 등 외부 환경과 접촉이 있는 조직에서 발견된다.

수지상 세포는 순찰, 감시, 분석, 훈련을 담당한다. 외부 바이러스가 체내로 들어오거나 내부 세포에 돌연 변이가 나타났을 때 이를 침입자로 인식해 헬퍼 T세포, 킬러 T세포에게 공격을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