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핸드폰 번호 까먹었어요"…스마트폰이 불러온 '디지털 치매'
"집 현관문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나요. 요즘 왜 이렇게 정신이 없고, 깜박깜박하는걸까요? 며칠 전에는 은행에 가서 남편 핸드폰 번호를 적어야 하는데, 생각이 안나서 한참 고민했네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에 일상생활 대부분을 의존하는 이들에게 종종 나타나는 '디지털 치매'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디지털 치매는 질병이 아닌 일종의 건망증으로, 독일 뇌질환 연구자인 만프레드 슈피처 박사가 2013년 처음 명명했다.
◇디지털 기기 의존할수록 건망증 유발
디지털 치매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면서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저하되고 각종 건망증 증세를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대부분 젊은 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한 온라인 설문조사업체에서 남녀 5823명을 대상으로, 간단한 디지털 치매 진단을 했다. 그 결과, 38.9%가 디지털 치매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이들은 단순 암산도 계산기를 이용하거나 가사 전체를 아는 노래가 없고, 어제 먹은 저녁 메뉴가 생각나지 않는다는 등의 답변을 했다.
디지털 치매는 왜 생기는걸까. 우리 뇌는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일단 단기 기억으로 가지고 있는다. 그런 후 해마를 통해 장기 기억으로 바꾼다. 특히 직접 보고, 만지고 느낀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바꾼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접하는 수많은 정보는 장기 기억으로 저장될 틈이 없이 또다른 정보로 채워지기 때문에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지 않는다. 실제 연구를 했더니, 스마트폰을 보고 있을 때 시각과 관련된 후두엽은 지속적인 자극을 받는 반면, 다른 뇌 부위는 활성이 줄어들고, 기능이 약해졌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뇌 기능 저하
'디지털 치매 뇌 기능 변화 연구(2016년)'를 보면 디지털 치매를 보이는 인터넷 중독 환자를 대상으로 뇌 생체신호와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그 결과, 인터넷 중독군에서 청각 자극에 대한 뇌 생체 신호(주의력과 뇌 정보 처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치매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바로 지금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 그리고 직접 글씨를 쓰고, 책을 잃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에 저장해 둔 정보(전화번호나 계좌번호 등) 외에 시 한 소절이나 외국어 한문장 등 새로운 정보를 정기적으로 외우고 되새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