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근원' 심장 집중분석 (1) 하루7000L 펌핑, 평생 25억회 박동

심장과 혈관의 구조-기능

2020-09-09     최윤호 기자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은 무엇일까? 관점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심장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잠시 잊고 있었더라도, 심장! 이라는 말을 듣고 나면, 심장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마련이다.  

심장은 생명의 근원이다. 온 몸에 피를 보내기 위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뛰어야 하는 심장은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 우리가 잠을 잘 때도 심장은 멈추지 않는다. 심장의 세계를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자. 

심장의 대략적인 구조와 혈액의 흐름 구조도./ 세브란스병원 의료팀 '심장병완치설명서'

250g 조금 넘는 심장, 한번에 50~80cc 펌핑

심장이 한번 수축해서 퍼올리는 피의 양은 50~80cc. 물 반잔 가까이 되는 양이다. 그러니까 심장은 하루에 평균 7000L 정도의 피를 펌프질한다. 이를 위해 안정된 상태에서 1분에 평균 70회 정도 뛴다. 운동을 하면 심장이 한번 수축할 때 110~130cc까지 펌프질 되기도 하고, 운동선수의 경우 200cc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분당 심장박동수도 격렬한 운동을 할 때는 150회 이상 올라가기도 한다. 이렇게 역동적인 심장은 하루에 대체로 10만회 뛴다. 70세까지만 계산해도 평생 25억번 이상 뛰는 것이다.

12~15cm 정도의 길이에 폭이 약 9cm, 무게 250~350g에 불과한 원뿔 모양의 심장. 심방과 실실, 심장판막, 심장혈관, 전도계, 심낭, 대혈관 등으로 구성돼 있는 기관인 심장은 혈관과 떼어 생각할 수 없다. 

우리 몸의 혈관은 총 길이 12만km에 이른다. 크고 굵은 혈관도 있고, 가늘고 약한 혈관도 있다. 몸의 말초부위까지 이어져 있는 12만km에 달하는 혈관에 피를 골고루 안정적 지속적으로 보내는 근원은 심장의 펌핑이다. 12만km라는 길이는 사실, 언뜻 개념에 잡히지 않을만큼 긴 거리다. 지구의 둘레가 4000만m 즉 4만km이니까, 지구를 3바퀴 도는 길이다. 그게 몸 속에 고루 퍼져 있고, 그 끝까지 피를 보내고 회수하는 것이 심장의 역할인 것이다. 

12만km에 이르는 혈관으로 피를 보내고 받아들이면서 순환시키는 근원은 심장박동이다. 끊임없이 운동하며 생명을 유지하는 심장은 우리몸의 엔진인 셈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머리카락 10분의 1 굵기 모세혈관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 길고 긴 혈관을 따라 혈액이 몸을 한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46초다. 크게 보아 심장으로부터 피를 온몸으로 나르는 동맥, 심장으로 돌아가는 피를 날라주는 정맥, 동맥과 정맥을 이어주는 모세혈관으로 구성된 혈관은 피와 함께 영양분, 호르몬, 노폐물 등을 실어나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동맥과 정맥은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고, 흔히 볼 수 있는 핏줄이지만, 모세혈관은 너무 가늘어서 과거엔 존재하는지도 잘 몰랐다. 현미경이 개발되고 의학이 발달하고서야 그 정체를 드러낸 모세혈관은 그 이름처럼 가는 머리카락 같은 혈관이다. 그런데, 머리카락의 10분의 1 정도 굵기로 생각해야 한다. 머리카락이 보통 0.08mm의 두께인데, 모세혈관은 대체로 0.005~0.008mm이다. 당연히 맨 눈으로 볼 수 없다. 

이렇게 오묘한 혈관을 통과해 온 몸, 모든 세포에 피를 공급하고 난 뒤 심장에 돌아오고 다시 순환하도록 뛰는 심장의 힘은 최초의 대동맥 통과 속도 1초에 150cm라는 경이적인 혈류를 만들어 낸다. 동맥에서 평균 초속은 50~60cm. 그러다 가느다란 모세혈관을 만나면 피는 초속 1mm의 속도로 졸졸 흐르게 된다. 적혈구가 나란히 줄맞춰 서서 흘러가는 형국이다. 이렇게 천천히 흐르면서 적혈구는 세포에 산소를 넣어주고, 이산화탄소를 받아온다. 혈장은 모세혈관 세포 틈으로 나가 세포들을 적시면서 영양소를 전해주고 다시 혈관 안으로 돌아온다. 이 같은 방식으로, 우리 몸은 생명을 유지해 가는 것이다. 

심장은 강력한 근육으로 구성되어 있는 튼튼한 장기로 암에도 거의 걸리지 않지만, 한번 잘못되면 생명을 위협하게 되는 중요한 장기다. / 게티이미지뱅크

탄탄한 심장, 한 번 탈나면 치명적

생명의 근원인 심장과 그 수족 같은 혈관은 건강을 위해 깨끗하게 유지해 줘야 한다. 피의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몸은 망가지게 되고 치명적인 질병을 얻게 된다. 사망원인 부동의 1위는 암이고 그 다음이 심혈관질환이다. 

심장은 놀라운 생명력을 갖고 있고, 끊임없이 박동하며, 인체중 온도가 가장 높은 장기이기 때문에 암세포가 살기 힘들어 암이 발병하지 않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아주 드물게 심장도 암에 걸린다. 그중에서도 암에서 발생한 원발암은 극히 드물고, 전이된 암은 아주 가끔 발생한다.

놀랍도록 탄탄한 근육으로 이뤄져 있는 심장은 세포분열도 거의 일어나지 않아 암세포가 자라기도 어렵다. 그 대신 한번 잘못되면 생명에 치명적이다. 사망률 2위라는 숫자는 그 자체로도 무서운 숫자이지만, 1위인 암이 사실상 우리 몸의 전역에서 발생하는 것들의 총칭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심장 건강의 중요성은 조금도 무시할 수 없을만큼 심각하다. 

우리몸의 엔진인 심장. 심장 질병과 심장암, 증상과 치료, 건강한 심장 유지 방법 등 심장의 세계를 하나씩 알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