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포토] 바람이 인다, 살아 보아야겠다

2020-09-06     최윤호 기자

바람이 붑니다. 

태풍이 연이어 올라오면서, 이땅에는 바람이 가득합니다. 

가끔이지만 화창한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을 느낄 수 있고,

파란 하늘도 눈부십니다. 

김수영 시인의 '풀'은,

바람이 불 때면, 풀을 볼 때면 항상 웅얼거리게 되는 절창이죠.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우리네 보통사람의 삶을 풀에 빗댄 시인, 김수영.

그의 절창이 좋지만, 그보다 더 좋아하는 시가 있습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폴 발레리가 노래했습니다.

 

아, 나의 앞에는

얼마나 거친 시간들이 준비되어 있는 것일까

 

누군가가 말했듯이

바람이 분다

풀은 가끔 나무와 어우러지고,

나무는 자주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옵니다. 

바람이 불 때, 흔들리지만 삶의 결의를 다지는 사람들이 있듯, 

우리는 가끔 풀보다 결연할 수 있습니다. 

 

남프랑스 지중해변의 시인 폴 발레리.

그의 유명한 시 <해변의 묘지>에 바람과 삶의 의지가 변주되어 있습니다. 

 

바람이 일어난다! 살아 보아야겠다.
거대한 대기가 내 책을 펼치고 닫으며,
파도의 물보라가 바위로부터 뛰쳐나온다.
날아가거라, 눈부신 책장들이여!
부숴라, 파도여! 희열하는 네 물살로 부숴 버려라!
돛배들이 모이를 쪼고 있던 이 조용한 지붕을!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등 다양하게 번역되는 위의 첫 구절, 불어 원문은 Le vent se lève! Il faut tenter de vivre.이고 대표적인 영어번역은 The wind is rising. . . We must try to live!다. 바람과 인간의 강력한 의지가 드러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