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와 진화 9] '면역력의 창고' 내장을 살리는 달리기
'면역해결사' 달리기 (36) 내장건강의 비밀, 진화에 숨어있네
인간의 몸이 갖는 기본적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운동들. 인간 본연의 운동이며, 진화의 결과인 운동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달리기. <Born to Run>이라는 책이 말하고 있듯, 우리는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 이 말은 한 개체에도 해당되지만, 인류라는 종에도 해당된다. 개체의 발생은 종의 발생을 되풀이한다. 종의 진화 과정이 한 인간의 잉태부터 탄생과 성장 과정에 재현된다는 말이다. 인간의 진화 과정이 잘 달리는 쪽으로 진행되었듯, 한 개인의 성장과정도 잘 달리는 쪽으로 진행되는 것이 건강한 삶의 조건이 된다.
인간의 내장도 마찬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익힌 육식, 내장 대신 뇌를 키우다
육식동물과 육식선호 잡식동물, 채식동물의 내장 길이를 아는가. 사자와 인간, 코알라의 내장 길이를 비교한 글들이 있다. 2m쯤 되는 사자와 1.7m쯤 되는 인간, 0.6m쯤 되는 코알라. 내장 길이는 각각 4m, 7m, 7.7m라고 한다.
고기는 소화가 그다지 어렵지 않아 내장이 굳이 길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채소는 다르다. 이른바 식이섬유라고 해서 장 건강을 위해 추천되는 채소류는 소화가 잘 되기 때문이 아니라, 소화가 잘 안되기 때문에 그대로 밖으로 배출될 때 장 안에 남아있는 잡다한 쓰레기들을 쓸어간다. 그래서 장청소를 해주기 때문에 채소를 먹으라고 하는 것이다. 먹어서 에너지를 얻으라는 것이 아니라.
농사를 짓기 전, 채집을 하기 전, 인간은 육식을 주로했다. 불에 익혀먹기 시작하면서 에너지는 더 얻고, 소화는 더 잘 되게 되면서 뇌가 발달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뇌는 에너지 소비가 무척이나 많은 기관이기 때문에 에너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에너지가 부족한 동물은 뇌를 키울 여력이 없다. 똑똑해질 수 없는 것이다.
채식 동물들은 장도 엄청나게 길지만, 내장 안에 사는 미생물도 엄청나다. 먹은 풀들을 소화시키려니 그럴 수밖에. 소의 위가 4개여서 단계를 높여가며 풀들을 소화시킨다는 사실은 학교에서부터 일찍이 배워온 바와 같다.
달리기, 벽돌같이 다져진 내장에 활력을 준다
운동과 관련해 내장과 진화를 이야기할 때, 이런 소화의 문제보다는 형태, 물질적 상태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직립보행과 내장의 관계다.
네발걸음을 걷는 동물들은 내장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뜨려져 있는 형태. 작은 움직임에도 출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늘 활성화되어 있다. 굳이 달리지 않아도 충분히 작동한다. 그러나 직립보행을 선택한 인간은 내장의 고착화라는 위험을 안게됐다.
중력에 의해 차곡차곡 쌓여있는 꼴이 된다. 정상적인 작동을 위해서는 형태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중력에 의해 눌리고 있는 격이어서 그 자체가 어렵고 형태유지만으로도 힘이 들 지경이다. 그런데, 현대의 인간은 앉아있기만 한다. 가만히 있고 싶어한다. 너무 재미있는 것이 많으니 굳이 움직이고 싶지 않다. 자동차가 데려다 주니 굳이 움직일 필요도 없다.
그래서 내장은 더욱 고착화된다. 점점 벽돌처럼 굳어지고 다져지는 셈이다. 그래서 수평운동이 필요하다. 밤에 잠을 잘 때 수평으로 눕는 것이 좋은 것처럼, 수영처럼 수평운동을 할 수 있다면 좋다. 그렇지만, 늘 수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에서 벗어난 진화과정처럼, 우리가 다시 물로 기어들어갈 수는 없다. 지금의 몸은, 오랜 진화과정의 결과물로서의 몸은, 달리기만 해도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몸이다.
달리면, 온몸이 진동된다. 특히 내장은 출렁이게 된다. 달리기를 하면서 자신의 몸에 신경을 집중해 보라. 온몸이 느껴진다. 특히 내장에 집중해 보라. 먹은 것들이 소화됨을, 막힌 것들이 뚫림을 느낄 수 있다. 이게 달리기의 육체적 영역에서의 참맛이다.
면역력 보물창고 내장을 살리자
내장의 정상적 가동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게다가 내장 안에 살고 있는 다양한 유익균들은 우리 몸의 면역력에 핵심적인 요소다. 영양과 소화는 면역력을 비롯한 건강에 꼭 필요한 요소인데, 대부분 내장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내장에 사는 균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때 자가면역 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도 있다. 내장과 몸안의 균류, 면역력, 인간의 건강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므로 내장이 활성화되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소화를 잘 시키자는 것이 아니라, 면역력을 살려 인체에 주어진 기능들을 제대로 활용하면서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장을 활성화하는 최고의 방법은 몸통과 내장을 분리하고, 차곡차곡 쌓여있는 내장을 흔들어 주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걷기로도 한참 부족하다. 자전거? 내장과 관련해서는 역시 모자란다. 태극권처럼 허리를 중심으로 몸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무술은 좋다. 앞서말한 수영 같은 수평운동은 말할 것 없이 좋지만, 수시로 하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격한 상하운동이 포함될 수밖에 없는 등산이라면 괜찮다. 그리고, 역시 최고는 달리기다. 누구나 언제나 할 수 있고, 내장 전체가 충실히 활성화된다.
내장과 뇌가 밀접하다는 것도 이젠 정설이다. 진화는 소화를 빠르고 잘 시키는 쪽으로 내장을 변화시키고 그와 맞물려 커지고 능력있는 뇌를 갖게 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직립보행도 여기에 한몫했고. 이런 전반적인 이해, 혹은 느낌을 갖고, 달리기의 또다른 능력을 한번 실험해 보자. 자기 자신의 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