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코로나19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
5종은 임상3상 중...러시아 “9월 양산” 美 등 “백신 선구매”
코로나19바이러스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4일 현재 확진자 1844만명, 사망자 69만7000여명이고, 확진자가 하루에 13만명 이상 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7월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175개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중인데, 이중 임상3상에 진입한 것이 5개다. 미국기업 모더나와 화이자,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중국 시노팜과 시노백이 개발 중인 백신이다. 러시아는 임상3상을 진행하지 않은 상태인데, 올 가을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요 국가들은 제약사들과 백신 공급 계약 경쟁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사노피와 6억회분, 화이자와 6억회분, 아스트라제네카와 3억회분 등 총 15억회분 52억 달러 어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이들 기업과 1억9000만회 분, 유럽연합은 7억회분, 일본은 화이자와 1억2000만회분을 확보했다. 브라질은 1억회분 계약을 맺었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에서 개발한 백신을 우선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이르면 9월 양산 시작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세계 4위(84만5000여명)인 러시아는 코로나19 백신 2종을 9월, 10월에 각각 양산하기 시작할 예정이다. 타티야나 골리코바 러시아 부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인데, 러시아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감염병·미생물학센터’가 국방부 산하 제48중앙과학연구소와 공동 개발한 백신과 국립 바이러스·생명공학 연구센터 ‘백토르’가 개발한 백신이다. 미하일 무라시코 보건장관에 따르면, 러시아는 의료진과 교사들에게는 8월 중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10월에는 러시아 국민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백신 접종을 계획중이다.
미국 “중국ㆍ러시아 백신 안 쓸 가능성 크다”
하지만 미국은 "러시아 백신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의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은 얼마 전 "안전한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1년에서 18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개발한 백신을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가 백신 승인 전 3차 시험을 생략하기로 한 결정은 러시아가 국가의 위신을 위해 공공의 안전을 맞바꾸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미국-중국의 백신 개발 현황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주목받는 제약사는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미국의 화이자, 중국의 칸시노 바이오로직스 등이 꼽힌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후보물질은 18~55세 성인 107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1상에서 접종자 전원의 체내에서 중화 항체와 T세포가 모두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아. 임상 대상자의 90%가 1회 투약으로, 나머지는 2회 투약으로 중화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영국에서 8000명을 대상으로 임상3상이 진행 중인데, 빠르면 연내에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내년 봄부터는 백신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도 코로나19 백신후보의 두 번째 초기시험에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지원자 60명을 대상으로 독일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두차례 백신을 투약한 접종군의 경우, 중화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과는 미국에서 진행한 첫 번째 초기 시험결과와 일치했다. 이 연구팀은 최대 3만명의 임상 참여자를 대상으로 3차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칸시노 바이오로직스는 중국 군사연구소와 공동으로 Ad5-nCOV 백신을 연구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임상 참여자에게서 항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아직 대규모의 임상시험은 시작하지 않았지만, 중국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놓은 상황이다.
미국 모더나 역시 최근 코로나19 백신이 긍정적인 항체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임상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이어 7월말 3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3차 임상을 시작했다.
한국 백신 개발, 국가전략은 ‘투트랙’
7월 31일 국내에서는 코로나19 백신 관련 중요한 포럼이 열렸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개최한 ‘헬스케어 미래포럼-글로벌 코로나19 백신 개발 동향 및 확보 전략’ 포럼이다. 민관 산학연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백신문제의 해법을 논의한 이 자리에서는 '투트랙'이 한국의 입장임이 확인됐다.
하나는 국내에서 백신을 최대한 빠르게 개발한다는 것. 제넥신,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등 백신개발 기업들이 연구에 박차를 가해 연내 임상시험 진입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 그러나 3상에서는 유행지역에서 대규모 시험을 해야한다는 한계가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3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두 번째 트랙은 해외 백신을 확보하는 것. 대규모로 환자가 발생한 미국, 영국, 일본 등이 글로벌 제약사와 백신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알려진 가운데, 우리도 늦기 전에 백신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실적은 없는 형편이다.
현재 WHO와 국제 민간공동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은 전세계 국가들이 균등하고 신속하게 백신 보급을 받을 수 있도록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약회사와 사전공급 계약을 맺어 백신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개별기업 움직임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글로벌 파트너 중 하나로 코로나19 백신 제조에 참여해 백신의 생산 및 수출 협력을 통해 국내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제넥신은 2일 기준 국내 제약사로는 유일하게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기업이다. 6월에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 시험을 승인받은 뒤, 같은 달 19일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예방 DNA 백신 ‘GX-19’를 사람에게 첫 투여했다. 임상 1상 결과는 9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GC녹십자와 국립보건연구원은 공동으로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해 완치자 혈장 확보 및 제제 생산을 진행 중인데, 하반기 중에는 임사시험에 진입할 예정이다.
셀트리온도 국립보건연구원과 공동으로 항체치료제 개발을 위한 국내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하반기 중 임사시험 개시를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약물재창출 연구를 위한 임상시험도 총 15건이 승인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