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특히 많은 위암. 남성들에게 더욱 많은 위암은 흡연 음주 회식문화 등 복합적인 생활환경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에게 특히 많은 위암. 남성들에게 더욱 많은 위암은 흡연 음주 회식문화 등 복합적인 생활환경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게티이미지뱅크

세계에서 발생률이 가장 높은 곳이 한국이다. 1983년 공식적인 암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줄곧 남성 발생률 1위를 차지하는 암이 위암이다. 한국인 전체 암환자 100명 중 13명이 위암이고, 남성은 전체 남성 암환자의 18%가 위암환자이고 여성의 경우는 약 9% 수준이라는 통계도 있다. 

그런데 그 심각성은 사실 연령대별 발생률에서 알 수 있다. 40대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위암 환자 발생이 최근에 30~40대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고, 20대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이한 점은 20대의 경우 남성보다 여성이 많이 발생하고 무려 1.5배의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는 것. 대체적으로 남성이 2배 이상 발병률이 높은 것인 점을 비춰보면 대단히 특이한 현상이다. 

한국인에게 유독 위암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식습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주 많은 위암 유발 요인들이 있지만, 그중 식습관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식습관이 위암을 유발하는지 세브란스병원 노성훈 교수팀이 집필한 <위암완치설명서>의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해 본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먹음직스러운 흰쌀밥이 사실은 건강에 그다지 좋지 않다는 연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인의 위암 원인으로도 흰쌀밥 문화가 꼽힌다./ 게티이미지뱅크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먹음직스러운 흰쌀밥이 사실은 건강에 그다지 좋지 않다는 연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인의 위암 원인으로도 흰쌀밥 문화가 꼽힌다./ 게티이미지뱅크

1. 쌀밥 위주 식생활= 한국인의 주식은 밥. 탄수화물이 1일 총섭취 열량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잉 섭취된 탄수화물은 체내에서 쓰이고도 남아 중성지방으로 바뀌어 내장지방으로 쌓이게 된다. 특히 문제는 흰쌀밥. 비타민과 무기질 등이 거의 다 깎여나간 백미는 탄수화물 덩어리 이 때문에 금방 허기를 느끼고 과식을 하게 되는 데, 이런 식습관 자체도 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2. 짜고 매운 음식= 심심한 백미밥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반찬. 밥이 심심하니 반찬을 짜고 맵게 먹기 쉽다. 소금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요소이고 발암물질도 아니지만 과도한 소금은 위염을 유발하고 위점막을 손상시켜 암을 부를 수 있다. 소금에 절인 채소나 생선을 즐겨먹는 나라들에서 위암 발생률이 높다. 이와 함께 매운맛도 지나치면 위험하다. 소화를 돕는다는 매운 양념류들은 모두 지나치면 위를 상하게 한다. 

3. 태우거나 훈제한 고기= 불에 직접 닿게 구운 고기는 맛있다. 그래서 마케팅 포인트로도 즐겨 사용되지만, 국제암연구소에서는 육류나 생선을 높은 온도에서 조리하거나 훈제할 때 생성되는 다환방향족 탄솨수소, 헤테로사이클릭아민, N-니트로소화합물 등을 발암성 물질로 분류한다. 이들은 위암 위협 요소들이다. 햄 소시지 같은 육류가공식품의 보존제를 태우거나 훈제하면 각종 발암물질이 훨씬 더 많이 나온다.

4. 뜨거운 음식= 불에 굽고 익힌 고기류를 많이 먹는 것 못지않게 뜨거운 국을 밥과 함께 먹고, 뜨거운 커피를 온국민이 즐겨 마시는 것도 위암을 유발할 수 있다. 후두부는 물론이고 위까지 위험하다. 일례로 뜨거운 차를 즐겨 마시는 중국인들의 경우, 식도암 발생률이 높다. 뜨거운 음식은 식도나 위에 있는 점막을 손상시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음주와 흡연은 건강의 적이다. 알코올은 위벽을 자극해 손상을 입히기 때문에 치명적인 위장질환으로 연결되기 쉽다. / 게티이미지뱅크
음주와 흡연은 건강의 적이다. 알코올은 위벽을 자극해 손상을 입히기 때문에 치명적인 위장질환으로 연결되기 쉽다. / 게티이미지뱅크

5. 음주와 흡연= 술은 위벽에 좋지 않다. 특히 빈 속에 마시는 술은 치명적이다. 알코올 흡수 속도가 빨라져서 혈중 알코올 농도가 치솟을 뿐 아니라 점막을 자극해 급성 만성 위염이나 위출혈을 부를 수 있다. 흡연은 호흡기뿐 아니라 소화기에도 치명적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위암 발생률이 2~3배 높다는 연구도 있다. 흡연은 위산의 분비를 증가시키며 췌장에서 나오는 알칼리의 분비를 감소시켜 궤양 치료를 방해한다.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면 유해성분의 흡수가 빨라져 위암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6. 잦은 외식, 회식 문화= 과식, 폭식, 음주, 흡연으로 이어지기 십상인 잦은 외식, 회식 문화도 심각하다. 일반적인 식사를 밖에서 해결하는 외국의 외식과 달리 우리는 작심하고 모여 먹는 외식이 많은데다,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까지 있는 회식이 잦다보니 기름진 음식과 술이 복합적으로 많이 섭취되기 쉽다. 기름진 음식과 많은 술로 피로해진 장기들을 보호해주는 마음을 갖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위암을 예방할 수 있다. 

7.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 1994년 WHO는 공식적으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을 위암의 원인이 되는 병원체로 공표했다. 만성위염의 원인이며 위암, 소화성 궤양, 변연부 B세포 림프종 등 상부 위장관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소다. 오염된 물이나 채소, 키스, 내시경 검사 장비 등을 통해 주로 감염되는 헬리코박터는 우리나라에서 높은 감염률을 보이고 있었으나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 이 균이 일으킨 위염 등이 한국인의 식생활과 결합되면 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8. 가족 중심 식사방식, 음식문화= 어떤 음식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먹느냐도 중요하다. 가족 단위로 집에서 갖춰진 반찬을 함께 먹으며 사는 우리 식습관은 어머니의 손맛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그래서 짜고 매운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늘 그런 음식을 먹게 마련. 이런 음식문화가 환경에 의한 발병 가능성을 높였다. 연구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유전적인 영향보다는 환경적 요인이 위암에는 더 중요한 인자로 보인다. 유전적 요소가 있더라도 그것은 환경에 의해 촉발될 때 위험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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